요즘 나의 마음은 온통 휴직 중인 아내에게 쏠려 있다.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 인생 파트너인데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휴직 하기 전의 아내는 하루 대부분을 사무실에서 보냈기 때문에 평일에는 만나기조차 어려웠다. 그럼 그 당시 나의 삶은 어땠는가 하면 퇴근하면서 아이 둘을 데리고 귀가했고 간단히 저녁을 먹이고 씻기고 책을 읽어주다가 재우면서 하루를 마쳤다. 여력이 남으면 빨래와 청소 등을 했다. 그러면 한 자정 무렵이 되고 그래도 아내가 귀가하지 않으면 조금 더 기다리다가 잠이 들거나 했다.
그 시간들이 지나고 이제 첫째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정도로 컸다. 혼자 샤워를 하고 잠옷을 챙겨 입을 수 있고 간단한 간식 정도는 혼자 꺼내 먹을 수 있고 심심하다고 말을 하기 보다는 알아서 책을 꺼내 읽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하면서 무료함을 달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아이는 이제 유치원을 다니고 제법 말이 잘 통한다. 형을 좋아하고 잘 따른다. 아직 어리지만 갓난 아이의 테는 벗었다. 모두 다 시간이 한 일이다. 돌이켜보면 너무나 놀라운 결과물인데 자주 그 소중함을 잊는다.
이제 아내가 휴직을 해서 시간이 많아졌고, 휴직을 한지도 6개월이 넘어가고 있지만, 아내는 아직 휴직으로 인해 생긴 여분의 시간을 낯설게 대하는 듯 하다. 주로는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하고 가끔 운동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지만 그걸로 일을 할 때 얻던 만족감과 성취감을 얻기는 어려운 것일까. 깊은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육아휴직이라니 얼마나 좋아 일 안 하고 쉴 수 있어서 좋겠다고 하지만 사람의 마음과 심리라는 건 그렇게 간단하고 단순하지 않은 모양이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필요하듯 아내에게도 내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나는 아내의 필요에 응답하는 사람이고 싶다. 다 큰 어른이고 똑똑한 사람이니까 알아서 잘 하겠지 하고 그냥 두는 것은 믿음도 위임도 아니고 방치라는 생각이 든다. 사소하지만 둘 만의 시간을 자주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고, 어제 밤엔 둘이 알쓸별잡을 보며 와인을 마셨다. 그리고 새벽까지 대화를 나눴다. 나는 졸려서 하품을 참느라 애를 먹었지만 아내는 신이 나서 이야기 했다. 나는 노곤했지만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