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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박세희 Sep 04. 2023

글 읽는 소리

되는 집안과 그렇지 않은 집안을 가려내는 법은 쉽다고 했다. 아침에 글 읽는 소리가 들리는 집안은 잘 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옛 어른들이 새벽같이 일어나 스스로 글 공부를 함은 물론이고 아이들에게도 글을 가르친 것은 자식들이 과거 급제하고 출세하여 잘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겠지만, 좋은 뜻을 가슴에 품고 바르게 살아가길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주말에 처조카들이 집에 놀러왔고 온통 심심해서 모바일 게임만 하려는 아이들을 앉혀놓고 받아쓰기 시험을 봤다. 이런 터무니 없는 제안에 싫다, 주말에 무슨 받아쓰기 시험이냐, 안 한다, 라고 뻐팅기지 않는 이 착한 아이들. 자신들이 얼마나 글을 잘 적는지 이모부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 바로 종이와 연필을 들고 거실 테이블 앞에 쪼르르 앉는다.


받아쓰기의 목적은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정확히 익히는 것이겠지만, 이왕이면 문장 자체도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는 내용이면 좋지 않은가. 그래서 집어든 책이 명심보감이었다. 어릴 적 큰아버지께서 명심보감의 첫 문장을 반복해서 말씀해주셨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자왈 위선자는 천보지이복 하고. 공자가 말씀하시길 선을 행하는 사람은 하늘이 복을 준다.


살다 보면 어디 그러한가. 착하게 살자(라고 쓰고 "차카게 살자"라고 읽는다)는 건 우스개 같은 말이 되었고, 권선징악은 촌스럽고 유치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아이들에게 착한 마음을 갖고 선한 행동을 갖고 살아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게 꼭 이로운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선한 마음씨와 행동은 그 자체로 하늘이 내린 복이기 때문이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좋은 문장을 읽고 외며 그것을 가슴 속에 품는다. 그리고 그 말씀을 실천하기 위한 삶을 산다. 그게 성경이든 동양의 고전이든 좋은 문장을 함께 읽고 그걸 소리 내서 외는 훈련은 가족의 문화가 된다. 아마 우리 어른들도 그런 문화가 전승되어 글 읽는 집안이 되길 바랐던 것 같다. 후세가 보기엔 글을 읽어서 쌀이 나오나요 금이 나오나요 싶겠지만, 바르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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