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보니 오전 8시가 넘었다.
옆에 아내가 없다. '운동을 갔나?' 오늘 오전 6시에 PT가 있다고 했다.
'그래도 지금쯤이면 집에 돌아왔을 시간이네. 첫째 아이는 일어났나?' 첫째 아이는 집에서 오전 8시 30분에는 나가야 지각을 않는다.
졸린 눈 비비며 아이들 방에 갔다. 아내와 아이들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아내는 코치 사정으로 PT가 취소되었다고 했다.
첫째 아이를 깨웠다. 일어나지 않는다.
부엌으로 가서 식빵을 굽고, 슬라이스햄을 굽고, 계란 후라이를 하고, 치즈를 얹어서 햄치즈계란샌드위치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아이를 안고 욕실로 가서 세수를 시킨다. 식탁 앞에 앉혀서 아침을 먹인다.
"아빠. 그래도 빵이 부드러워서 좋다." 우유도 마신다.
시간이 별로 없다.
"얼른 욕실 가서 이 닦고 나오자!" 재촉해봐도 느릿느릿 걸어가는 첫째 아이.
'음. 이러다 늦겠는데.'
별 수 없이 나도 욕실로 따라 들어가서 아이 칫솔을 잡고 양치를 돕는다. 혼자 하면 5분이 걸리지만 내가 도우면 3분이면 마친다.
옷 갈아 입는 것도 돕는다. 양말도 신긴다.
'혼자 알아서 착착 준비하면 좀 좋아.' 잔소리가 목 끝까지 로딩 되었지만 내뱉지는 않았다.
결국 나는 아침 운동을 걸렀다. 그게 아쉬워서 아이 등교를 같이 했다.
아이 혼자 가면 10분이 걸리지만, 내가 같이 빠른 걸음으로 가면 7분이면 학교 정문까지 갈 수 있다.
늦어서 달려가는 아이들 사이로 아이의 표정과 몸은 무척이나 태평하다.
'아직 잠이 덜 깬 것 같군. 졸더라도 교실 가서 조는 게 낫지.'
집에 돌아오니 둘째 아이는 아직 꿈나라에 있다.
마침 오늘은 유치원에서 몇 시까지 꼭 와달라는 사전 안내가 있던 날이다.
명랑운동회를 한다나. 이런 구실이 있으면 깨우긴 좋다.
"오늘 명랑운동회 한대. 9시 30분까지 꼭 오라고 하셨어."
둘째 아이는 모닝롤에 햄과 치즈와 계란을 넣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였다.
유치원까지 함께 가기로 하고, 나가는 김에 집에 있는 쓰레기들도 싹 다 챙겨서 집을 나섰다.
둘째 아이는 킥보드를 타고, 나는 걷다가 뛰었다 했다. 가는 길에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넌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유치원 입구에서 울지 않았다. 돌아서는 뒷모습이 아주 깔끔했다.
어제 아침에 아이는 영영 헤어지는 것처럼 엉엉 울어댔다.
울고 싶으면 우는 게 애써 웃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