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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박세희 Sep 06. 2023

지금부터 15분간 무의식이 이끄는 대로 쓴다

예전에 한 글쓰기 책에서 15분 간 무의식적으로 글을 쓰는 훈련을 하는 방법을 읽은 적이 있다. 하루 중 어느 시간을 정해놓고 15분 타이머를 켜고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즉각적으로 써나간다. 타이머가 울릴 때까지 쓰고 싶은 대로 다 쏟아붓는 것이다. 그 작가는 이 훈련을 해낼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의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15분은 꽤 긴 시간이다. 15분 동안 딴청 피우지 않고 다른 일 하지 않고 오로지 글만 쓰는 훈련이 결코 쉽지 않은데 그걸 매일 일정한 시각에 시작한다는 건 어지간한 의지가 아니고서는 지키기 어려운 일이다. 그 작가는 매일 아침 일찍을 추천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시간이고, 아침은 가장 대뇌가 신선한 시기이기도 하고, 무의식을 쏟아붓기도 좋은 시간이기도 하다.


그 훈련이 제대로 된 적은 없었다. 나에게 작가 되기란 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내가 읽기에 재밌는 나의 기록을 글로 써내려가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그건 아직도 그러하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 특별히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다. 글을 읽다보면 글을 쓰던 순간의 내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나는 아마도 미래의 나에게 과거의 나를 기억하게 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종일 글감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 쓰고 있는 것은 이런 글이다. 나는 어쩌면 글쓰기에 관하여 쓰고 싶은 것일까. 글을 쓰면서 바뀌어진 나의 인생에 관하여 쓰고 싶은 것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좋은 글쓰기 책은 이미 많은데 굳이 내가 글쓰기에 관한 책을 또 써야할까.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장강명 작가는 여전히 좋은 책과 작가가 부족하다고 하였다.


15분 글쓰기 훈련을 제안했던 그 책의 작가는 우리의 일상의 이야기가 모두 의미있다고 하였다. 그게 의미가 없다면 지금 당장 핵폭발이 일어나서 인류가 멸망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슬픈 일이 아닐 것이라며. 오늘 나의 아주 사소한 일과가 그대로 기록될 가치가 있고 그 소소한 일상이 우리가 지켜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난 오늘 점심에 산책을 했다. 구름이 많지만 유난히 맑은 하늘을 보며 이제 정말로 가을이 왔다고 생각했다. 회사 근처 교회를 지나 작은 공원에 잠깐 앉아서 쉬었다. 그네를 타는 직장인들이 소녀처럼 까르르 웃고 있었다. 전날 새벽 세 시에 잠들어서 오후엔 졸리고 나른했다. 그래도 커피를 마시진 않았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를 생각했다. 생각과 실천이 좀 더 가까웠으면 한다.


하기로 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되려면, 하지 않기로 한 일은 하지 않고 하기로 하지도 하지 않기로 한 일도 하지 않아야 한다. 하기로 한 일을 하기 위한 에너지를 남겨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애초에 하지 않기로 한 일은 당연히 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을 줄여 나가야 하는 것이다. 나는 시간이 되고 할 수 있으니까 한다는 마음으로 했던 일이 많다. 그런 일만 줄여도 여유가 좀 생길 것 같다.


사진: Unsplash의Vựa Tá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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