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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Sep 05. 2023

거실을 서재로 했다가,
다시 서재를 서재로 한 이유

거실을 서재로 했을 때 단점

요즘도 종종 브런치에 검색을 통한 유입으로 나도 이제 거실을 서재로! 글에 조회수가 올라가는 걸 보곤 한다. 거실을 서재로 쓰고 싶어 하는 니즈가 꾸준히 있는 것 같다.


그 글은 2017년에 썼던 글이다. 이제 더 이상 그 집에 살지 않고 한 두 번 정도의 이사가 있었다. 지금은 거실을 서재로 쓰지 않고, 서재를 서재로 쓰고 있다.


서재 방에는 높이 200cm 폭 80cm 되는 책장 3개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3단짜리 이케아 빌리 책장 하나가 있다. 그리고 큰 책상 위에 아이맥, 그리고 의자가 있다. 오로지 독서와 컴퓨터 작업을 위한 아늑하면서도 몰입가능한 공간이다.


이렇게 된 데는 코로나와 재택근무의 영향이 컸다. 재택근무를 많이 하게 되면서 집중해서 근무할 곳으로 거실과 같은 오픈된 공간 보다는 방이 적절하다고 생각해서 작업실처럼 꾸미게 되었다.


업무와 책은 거리가 있기 때문에 (업무와 무관한 책을 주로 읽기 때문에 업무상 책을 참고할 일은 거의 없다) 책장을 거실에 두는 것도 가능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데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책의 크기, 책의 색상과 폰트가 일정하지 않아 산만하다

거실에 책장을 두면 마음이 풍성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우리 집안 모든 책들이 옹기종기 모여 한 곳에 있으니 찾기도 쉽고 자주 꺼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반면, 책을 크기나 색깔별로 정리하지 않고 주제나 저자별로 (지극히 개인적인 분류법에 따라) 정리했기 때문에 눈으로 보기에 잘 정리된 느낌보다 정신 사나운 면이 있었다.


책마다 크기가 다르고 책을 꽂았을 때 보이는 책 등의 폰트 크기가 색상이 모두 다르다. 통일된 느낌을 주기 힘들고 산만하다.


거실 소파에 앉아 책장을 바라보면 수많은 활자들이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그리고 사놓고 안 읽은 책들이 눈치를 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또 그 책을 보는 건 아닌 아이러니)


책이 상한다

보통의 아파트들은 남향이다. 남동향, 정남향, 남서향 중 하나일 텐데 거실에 책을 두면 방향에 따라 책이 햇빛을 받게 된다. 그럼 색이 바랜다. (빛을 안 받는 쪽 벽에 세우면 베스트이겠지만 집의 구조와 동선상 불가피한 경우가 있고, 정남향의 경우 빛을 안 받는 벽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귀한 책을 안쪽에 꽂아서 보호해 보려는 노력을 해보았지만 생각보다 책 등의 색이 많이 바래서 책 표지와 책 등이 같은 색이었던 책들이 책 등이 아예 다른 색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색깔마다 바래는 정도가 다르다)


살짝 답답한 느낌이 든다

가로 240cm X 세로 200cm 책장이 거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면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책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다를 텐데 우리 집의 경우 거의 모든 칸이 책으로 가득 차있어서 더 답답하게 보였던 것 같다. (어떤 칸은 비워두거나 작은 소품들로 채운다면 보기에 더 나을 것 같다)


보기에 좋은 것은 보통의 인테리어 예시 사진처럼 책을 약간의 소품처럼 활용하는 것이다. 진짜 수납을 용도로 책을 꽉꽉 채워 보관한다면 거실은 좋은 위치가 아닌 것 같다. (물론 집이 무척 넓어서 거실 공간이 광활하다면 이는 해당하지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 집에는 한 방에 책장과 책상, 컴퓨터까지 모두 몰아넣어 몰입의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거실에는 소파만 있다. 책은 서재에서 읽기도 하고, 꺼내 가져와 식탁에서 읽기도 하고, 거실에서 읽기도 하고, 안방에서 읽기도 한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 했던가.

그렇게 거실은 거실로, 서재는 서재로 하고 산다!



사진: Unsplash의 Picka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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