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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박세희 Dec 08. 2023

제목은 나중에

또 글을 쓴다. 책을 한 번 내보라는 주변 지인의 이야기가 지겹게 들린다. 서점에 가보면 널린 게 책이고 온라인 서점에는 쏟아져 나오는 전자책들로 어지러울 지경이다. 브런치, 네이버 블로그에도 매일 같이 수 만 개의 글이 쏟아져 나온다.


세상에 말들은 넘쳐나니 나 하나 정도는 아무 것도 쓰지 않고 있자니 흘러간 시간들이 속절없이 아쉽다. 돌아보고 읽을 것은 내가 쓴 글들 뿐이다.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를 위해 과거의 나를 서술하는 작업이 없다면 나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글을 쓰고 책을 내기 위한 기획적 사고를 잠시 거둔다. 무언가 컨셉을 잡고 그 컨셉에 천착하여 이야기를 뽑아내려는 억지 시도를 멈춘다. 가만히 서서 내 삶을 기록한다. 누가 읽어주지 않으면 어때, 나에게는 나라는 애독자가 있지 않은가.


쌓고 쌓다보면 오묘한 무늬를 갖춘 퇴적암 같은 무언가가 되지 않을까. 아니 사실 그런 기대조차 없이 흘러가면 흘러가는대로. 날아가면 날아가는대로. 우리는 오늘도 다시 돌이킬 수 없는 하루를 살아냈다. 그러니까, 일단 쓰자. 제목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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