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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Jun 22. 2018

비교는 어쩌면 부모의 본능일까

비교하고 걱정할 시간에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한다 말하리

개인적 사정으로 산 좋고 공기 좋은 한적한 시골에 2박 3일 간 머물게 되어 심신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글쓰기에 탄력을 받은 김에 한 편 더 써봅니다.

저희 부부 주위에는 총총이와 같은 해에 태어난 잔나비띠 아기들이 많습니다. 직장 동료부터 시작해서 학교 동기, 선•후배, 친구들까지 어림잡아 15명(!)은 되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아기 사진, 육아 사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거기서 유용한 정보를 얻기도 하고요.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것이 이맘때 아기들이라서 단 몇 개월 차이로 어떤 아기는 아직 누워 있고 어떤 아기는 기어다니고 어떤 아기는 거의 뛸 듯이 걸어다닙니다. 이 아기들이 몇 년 후에는 다 같이 한 학년이 된다니요. 지금으로서는 신기할 따름입니다.


더 어릴 때에도 머리 크기만큼은 형, 누나에게 뒤지지 않았던 총총이...

    

저는 육아 관련 서적을 함께 읽는 아빠독서모임을 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이 모임을 함께 하는 아빠들의 아이들 역시 모두 잔나비띠 입니다. 게다가 성별까지 같습니다. 서로의 육아 경험을 듣다보면 아이마다 성격도 발달 속도도 각기 다르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맞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속도로 자라고 있습니다. 그 속도에 빠르고 느리고는 없는 것이지요. 각자 자신의 타임 스케쥴이 있고 그 스케쥴에 따라 자라고 있을 뿐인데 거기에 평균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빠르네 느리네 말하는 것은 크게 의미 있는 일은 아닙니다.

머리로는 이렇게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저 역시 총총이가 발육이 더딘 것은 아닌지 발달이 느린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할 때가 있습니다. 먹는 양이 많지 않고, 키나 몸무게가 평균을 밑돌고…, 왜 그럴까, 혹시 아빠로서 내가 놓친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들.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런데 아빠독서모임을 함께 하고 있는 다른 아빠들도 저와 비슷한 걱정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다른 부모들도 비슷하겠지요. 이렇게 보면, 비교란 어쩌면 부모의 본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스티븐 핑커의 책(«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 따르면 이런 부모의 심리가 진화심리학으로도 설명이 되더라고요.


자신의 아이들을 또래집단과 끊임없이 비교를 하는 부모의 심리는 그러한 비교를 통하여 한정된 자원을 보다 우월한 자식에게 몰아줌으로써 생존의 확률을 높이고자 하는 목적에서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이런 심리와 전략이 진화 과정에서 유리한 작용을 해왔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비교가 설령 부모의 본능에 가깝고 진화에 유리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아이의 심리발달이나 부모 자신의 정신건강에는 크게 이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아빠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고 있는 책(«태어나서 두 살까지 아기발달의 모든 것»)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아기를 키우다보면 유난히  버겁고 힘겨운 날이 있다.
이런 날에는 ‘아기들은 내부에 커나갈 힘을 가지고 있고,
부모의 내부에도 아기를 잘 키울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믿고
신뢰했으면 좋겠다. 부모 자신을 믿으라는 것은 아기를 사랑하고
기뻐하는 그 마음을 믿으라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를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걱정과 불안을 느끼기보다는 마음에서 시키는 대로 아이를 사랑해주고 안아주고 쓰다듬어준다면 아기는 부모의 믿음만큼 자라날 것입니다. 아기들은 이미 자기 내부에 커나갈 힘을 갖고 있으니까요.

비교하고 걱정할 시간에 더 많이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사랑해주는 그런 아빠가 되겠습니다. 오늘따라 아내와 총총이가 더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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