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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바쁜 부모는 아이에게 협박을 한다

그리고 잔뜩 겁을 먹은 아이의 눈을 보며, 후회를 하고, 반성문을 쓴다

육아 관련 서적들을 보면 아이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고 했다.


가령, 찌까찌까(칫솔질)을 하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아빠랑 찌까찌까 할래? 엄마랑 찌까찌까 할래?”하는 식으로 선택지를 좁히되 정해진 결론으로 유도하는 방법이다.


이게 몇 번은 통했다.


그런데 이제 총총이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제3의 답변으로 뚫어낸다. “안 할래.” 


(응? 아빠가 안 한다는 선택지는 준 적이 없는데?)


시간이 여유로울 때야 달래고 어르고 놀아가며 해야 할 것들 — 때때로 이것들이 너무나도 엄격한 것들이 아닌가 자문해보지만, 여전히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길러주기 위하여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라고 자답하는 것들, 예를 들어 일찍 잠들기, 칫솔질하기와 같은 것들— 을 한다.


그런데, 아침. 출근 준비, 등원 준비에 촌각을 다투는 이 때에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입어야 할 옷은 안 입고 공룡놀이를 하겠다며 버티는 아이에게 ‘협박’ 비슷한 것을 한다.


“지금 바로 옷 안 입으면 아빠가 저 공룡들 다 갖다버린다?”(와 심했다), “총총이 지금 준비 안 하면 집에 혼자 있어야 되는데? 총총이 혼자 두고 아빠랑 엄마는 나간다. 집에 혼자 잘 있어.”(연기가 어색하다)


이 방법이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꽤 잘 먹힌다는 것이고, 그래서 자주 쓰게 된다는 것이 문제다.



더 큰 문제는 그 순간 내가 아이의 겁먹은 눈을 보았다는 것이다. 그 어린 눈이 살짝 커지면서 흔들리는 것을 보는 순간, 흠칫, 내가 지금 두 살배기한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예상치 못했던 자괴감이 밀려들었다.


나는 이렇게 하는 게 총총이에게 장기적으로 좋고, 그래서 옳은 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관성이 중요하다. 그래서 흔들림 없이 올곧게 나아가겠다.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유연하지 못한 것이었다면?


나는 나의 아버지가 나의 시간을 무시하고 당신의 시간에 임의로 나를 편입하려고 할 때, 나의 의견은 전혀 고려치 않는다는 느낌과 함께 아버지의 행동이 폭압적이라고 느꼈다. 사회 평균을 기준으로 아버지의 행동이 어디쯤 위치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 아버지의 행동이 정말 싫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의 고민도 사치스럽다. 며칠 쉬며 생각해보자, 가 안 된다. 바로 다음 타석에 올라야 한다. 총총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이 쿨링 타임을 이용해서 곧장 방향을 잡아야 한다.


당장 뾰족한 수는 없지만 일단 아이를 겁먹게 해서 무언가를 하도록 하지는 말자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마음이 약해져서 원칙을 무너뜨리지는 말자고 생각한다. 그 생각들을 잊지 않기 위해 또 한 번 반성문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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