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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박세희 Sep 22. 2018

어떤 사과

귀성길 준비로 아내와 내가 분주한 와중 거실 바닥에 앉은 총총이가 스피노사우르스 피규어 머리를 잡고 이렇게 외쳤다.


“혼나아~! 혼나볼래?”


아내와 나는 하는 일을 멈추고 총총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서로 눈이 마주쳤다. 둘다 놀란 눈이었다.  


“이리와봐.”
“깜깜한 방으로 가자.”
“깜깜한 방에서 혼나볼래.”
“그러면 안 되는 거야.”


분명 아내와 내가 총총이를 혼내면서 한 번은 했을 그 말들을 뉘앙스, 톤, 억양까지 모두 흉내내고 있었다. 스피노사우루스가 눈물이 쏙 빠졌을 것이다.


아내와 나는 총총이를 끌어안고 사과했다. “미안해.” 총총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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