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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Feb 07. 2017

아빠가 총총이에게 쓴 첫 편지

아빠가 쓰는 출산기 (6)

아직 얼굴을 모르는 너,

총총아. 


엄마 뱃속에서 지내는 것은 어떻니. 7주차인 너는 아직 크기는 작지만(겨우 몇 cm 정도), 뇌도 발달하고 장기는  물론 관절도 생겨나는 중이라고 하네. 솔직히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하는 과정을 글을 통해 읽고 있으려니 실감이 나지는 않는구나.


그런 너를 자주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 있다. 바로 너의 엄마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자꾸 피곤해하고 음식도 가리고 속도 자주 미슥거린다고 할 때란다. 씩씩했던 너의 엄마가 자꾸 침대에만 누워 있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엄마의 뱃속에서 너가 자라고 있구나, 간접적으로 확인하게 된단다.


어제 저녁은 중국음식을 먹었는데, 간이 센 음식이어서 그랬는지 기름기가 많은 느끼한 음식이어서 그랬는지,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엄마는 그만 구토를 하였단다. 기진맥진하여 아빠 쪽으로 걸어오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그래. 엄마는 그렇게 힘겹게 때론 불편하게 지내고 있단다. 그렇다고 내가 총총이 너에게 뭐라고 할 수야 있겠니. 곁에 있는 이 아빠가 더  따뜻하게 엄마를 챙겨야 하는 것이겠지. 그래도 혹시나 나중에 총총이 너가 한글을 읽고 이해할 때쯤이 되면 꼭 이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 이렇게 남겨둔다. 이 아빠 역시 엄마의 고통을 잊지 않기 위해서.


아빠는 알고 있단다. 이제 너는 겨우 7주차에 불과한 태아이고, 이제 20주차까지는 ‘급성장’하게 된다는 것을. 엄마가 옷을 갈아 입을 때  힐끔 배 쪽을 보면 점점 더 너의 존재감이 크게 느껴지긴 하지만, 아직은 정말 작디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래서인지 첫 태동이 느껴질 때가 기다려지네. 너가 엄마 뱃속에서 나와서 힘차게 울 날도 기다려지고. 일단은 건강하게만 자라렴. 너를 가짐으로 인하여 힘들어 하는 엄마는 아빠가 옆에서 열심히 돌볼테니.

사랑한다, 총총아.
 
2016년 모월 모일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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