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쓰는 출산기 (7)
맞벌이가 보통이고 외벌이가 예외인 시대. 우리 부부라고 다르랴. 총총이를 가졌을 때 아내는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예전에야 여성이 아이를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직장을 그만두는 매우 부자연스러운 일이 드물지 않게 있었다고 하지만, 적어도 우리 부부의 선택지는 아니었다.
아이를 갖게 되더라도 엄마는 계속 일을 하고, 아빠는 엄마가 그런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어떤 방식으로든 협조하는 것. 이것이 우리 부부가 결혼 전부터 암묵적으로 합의한 내용이다. 그리고 그러한 합의의 내용은 결혼식에서, 아내가 쓴 혼인 서약의 일부로 표현되기도 했다.
만삭 때까지 일하는 책임감을 보여주겠습니다.
직장을 계속 다닐지 말지, 일을 계속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당연히 아내의 몫이다. 그리고 아내가 자신의 몫을 지킬 수 있도록 나는 나대로 여러 방식의 노력을 하기로 했다.
아이가 생겼다는 이유로, 아이를 돌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아내가 일을 그만두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일이 있어 나름의 직업 세계를 가진 엄마.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자라는 것은 아이에게 좋은 교육이 될 것이었다. 내 오랜 생각이기도 했다.
자, 여기까지가 이론적인 이야기. 막상 아내의 임신이 현실로 닥치고 나니, 아무렇지 않을 것 같던 나도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임신 초기의 산모는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고 하질 않는가. 절대 안정을 취하도록 해야는 것이 아닐까. 계속 이렇게 일을 하도록 둬도 괜찮은 것일까.
게다가 아내의 직장은 여느 직장과 다른 구석이 있었다. 한갓진 직장생활이라는 게 세상 어디 있겠냐만, 아내의 직장은 유별났다. 거의 매일 자정까지 야근을 했고 주말에도 하루 이상을 출근해서 일했다. 부서 ‘막내’로서 온갖 잡무까지 맡고 있었다.
아내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을 총총이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엄마가 받는 스트레스를 뱃속의 태아도 고스란히 전달받는다고 하던데, 하루 온종일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일하는 엄마와 함께 총총이는 또 얼마나 힘들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걱정들을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기로 했다. 가끔 악몽을 꿀 정도로 걱정이 되었지만, 내가 이 정도로 걱정이 되는데 당사자인 아내는 얼마나 큰 압박감을 느끼고 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어서 입을 꾹 다물기로 했다.
내가 말을 한 적은 없었지만, 아마 아내는 내 표정 내 몸짓에서 내가 하고 있던 걱정 내가 느끼고 있던 불안감을 읽어내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도 내색하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은 듯, 씩씩하게 출근했고, 끈기있게 일했다.
나는 아내가 출근 전 아침이라도 먹고 갈 수 있게 좋아하는 김밥을 사오거나 오믈렛을 만들었고, 출근길을 함께 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운전을 했고, 그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마음을 촉촉하게 적실 수 있게 음악을 틀었다.
밤늦게 퇴근할 때면 꼭 데리러 갔고, 택시를 타고 온다고 하면 하차 지점에 미리 나가서 기다렸다가 같이 집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집에서만이라도 편히 쉬고 자주 웃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걱정은 삼키고, 좋은 생각만 하면서, 다 잘 될 것이라 믿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했다. 그렇게 아내와 나는 괜한 걱정과 불안함이 엄습했던 임신 초기를 견뎠다. 그리고 그 시기, 일하는 아내는 정말로 용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