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쓰는 출산기 (8)
임신 13주차. 드디어 임신 초기를 벗어나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아내의 뱃속에 있는 총총이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 뒤로 몇 주간, 나는 기쁘고 놀랍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결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고, 특히 아내에게는 더더욱 말할 수 없었지만, 나는 정말 불안했다.
그 불안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혹시라도 말이 씨가 되는 일이 생길까봐 그 불안을 저 안으로 꾹꾹 밀어넣었다.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자꾸만 더 생각이 나서 힘든 적도 있었다. 가끔 악몽도 꿨다.
실체가 있는 불안은 아니었다. 아내는 건강했고, 총총이도 건강한 상태였다. 단지 나의 정신적인 문제였고 내가 이겨내야 하는 것이었다.
출산예정일이라는 것이 나왔다. 그날 즈음 나와 아내가 총총이를 만나게 된다고 했다. 정말? 믿기지 않았다. 총총아, 우리 그날 만나기로 한 거야? 그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겠지? 당연히?
그러나, 그 약속이 무탈하게 이행될 것이라고 누가 담보할 것인가?
이 물음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기도 뿐이었다. 종교적인 의식으로서가 아니라 염원을 담은 간절한 마음으로 비는 것. 그것 뿐이었다.
이때 내가 느꼈던 불안에 대하여는 출산 후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꺼낸 적이 있다. “사실 나 총총이를 만나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까봐 걱정하기도 했었어.” 그러자, 아내는 “그랬어? 나는 몰랐어.”라고 했다.
만약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나의 불안을 아내에게 내색하지 않을 것 같다. 그게 맞는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나는 나의 불안이 아내에게도 전염되지 않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