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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박세희 Oct 29. 2018

아이와의 관계 — 무너졌다는 느낌이 들면 다시 쌓아야죠

마치 블럭놀이를 하듯. 하나하나. 차근차근.

주말이 좋았던 건 가만히 아내와 총총이를 지켜볼 수 있어서다. (엄마와 함께 있으면 아빠를 찾지 않기도 하고,) 덕분에 나는 관찰자의 포지션으로 한 두 발 떨어져서 아내와 총총이의 상호작용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목적은 하나였다. 총총이와의 관계 회복.


관찰 결과는 다음과 같다: 아내는 생각 이상으로 다정했다. 총총이가 다정한 엄마를 좋아하는 건 당연했다. 아이건 어른이건 다정한 사람을 좋아한다. 아내의 다정함은 아이를 아이로 여기기 때문인 것 같았다. 아내는 아이를 아이로 대한다. 결코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았고 여유롭게 대했다. (휴일이라서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아이에 대해 수용적이었다.


@ 국립과천과학관 자연사관


그걸 곁에서 직접 보는 건 좋은 공부가 되었다. 아내의 방식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나보다는 나았다. 전날 아내와 나누었던 대화도 힌트가 되었다. 아내 왈, “총총이 입장에서는 갑자기 정색하거나 엄한 표정을 짓는 아빠가 무서웠을 거 같아.” 맞다. 아마 총총이는 나를 두터운 ‘벽’처럼 느꼈을 것이다. 그 ‘벽’이 점차 가까워지며 자신을 압박하는 것을 총총이는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약 1주일 정도 떨어져 있다 다시 만난지 1주일. 짧다면 짧을 그 2주 만에 총총이와의 관계가 어려워졌다. 누군가 썼다. “몇 년을 같이 살았는데도 여전히 방문 닫는 소리에 신경이 곤두설 만큼 우리의 관계는 얼마나 얄팍한가”라고. 그간 총총이와 쌓은 유대가 꽤 견고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총총아, 아빠와 함께 보낸 시간들이 얼마나 행복했니!) 오,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주말 휴일을 지나며 관계 조정을 했다. 나는 몇 계단 위라고 생각했던 내 위치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오히려 몇 계단 아래로 더 내려갔다. 다시 몸을 낮추고 총총이를 모시는 모드로 바꾸었다. 아이마다 고유의 기질이 있다면, 총총이는 ‘플리즈 노 터치, 필요할 때 부를테니, 저쪽으로 가 계세요’, 의 기질을 가졌다. 그걸 이해하는 바탕에서 다시 시작해보자. 관계가 무너졌다는 느낌이 들면 다시 쌓아올리면 된다. 마치 블럭놀이를 하듯. 나는 디딤돌이 되어주지는 못할 망정 ‘벽’이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총총아빠다이어리 오랜만에 쓰는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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