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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박세희 Nov 10. 2018

총총이 어린이집 면담 다녀온.ssul

집에서도 아이가 일정한 규율을 지킬 수 있도록 합시다

총총이 어린이집 개별 면담을 다녀왔다. 우리 부부 만큼이나 총총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담임 선생님의 총평: “총총이는 전반기 면담 때에 비하여 모든 영역에서 고루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것 같아요.” 나도 그렇게 느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다들 그렇듯 신체, 인지, 표현, 생활습관, 사회성 등 정말 모든 면에서 쑥쑥 자랐다.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규칙을 설정하고 꼭 지키도록 하자


선생님은 총총이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는 만큼 점점 더 명확한 규칙 설정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어린이집에서는 훨씬 많은 규율이 있으니, 집에서도 최소한의 규칙을 (가능하다면 총총이와 함께) 정하고, 이를 지켜가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얘기. 나 역시 그럴 필요가 있다는 것에 동의했다. 이건 아내와도 시간을 내어 논의를 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최근 총총이가 나의 말문을 막히게 했던 사례 몇 개를 얘기해드렸다. 함께 웃었다.


가급적 예쁜 말을 쓸 수 있도록 하자


다음으로, 총총이가 가급적 예쁜 말을 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어린이집에서 친구들에게 “하지뫄아~”, “혼놔아~”하며 크게 소리를 내거나 짜증을 낼 때가 종종 있다고. 집에서 총총이에게 “하지마” 보다는 “하지 않아”라고 말해주거나 (뭐가 다른 것이죠?) 부모의 감정을 설명하며 표현하는 방식을 사용해달라고 하셨다. 예를 들어, “그렇게 하는 않으면 좋겠어.”, “그렇게 하면 아빠가 슬퍼.”와 같이. (곱게, 곱게… 스트릿 감성은 사춘기 때 저절로 길러지겠죠?)


총총이가 좋아하는 공룡 약국.


집에서도 어린이집과 유사한 상황에서 놀이를 해보자 (사회성 연습)


한 가지 더. 선생님은 내게 집에서도 어린이집에서와 유사한 상황을 가정하여 놀이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그러니까, 집에서 모든 놀이감을 독차지하며 자유자재로 갖고 놀 수 있는 총총이에게 굳이, 부러, “총총아, 아빠도 그거 한 번만 갖고 놀면 안 될까? 아빠 한 번 갖고 놀고, 또 총총이 한 번 갖고 놀고 그렇게 해보자.” 요청하라는 것이었다. (대체, 왜요?)


말인즉, 이 시기 아이들이 다들 그렇듯 총총이가 어린이집 놀이감을 먼저 잡은 다음 ‘자기 것’이라고 하며 강한 집착을 보이는데, 그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다투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집에서 일종의 시뮬레이션 사회성 놀이를 해보시면 어떨까요, 하는 제안이었던 것이다. (아니, 뭐, 아이들이 다 그러면서 크는 거지, 그걸 또 굳이 상황까지 꾸며가며 할 필요가 있을까요?)


선생님의 부연 설명을 듣고 금방 수긍을 했다.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총총이는 또래와의 사회생활을 벌써 시작했다. 특별히 예외적인 상황이 없다면, 이 사회생활은 계속해서 유지될 것이다. 다른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총총이가 속한 기관만 달라질 뿐. 그러므로 함께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 지켜야 할 일정한 규칙이 있고, 그 규칙 하에서 서로의 욕구와 요구를 원만하게 조정해나가는 연습은 미리부터 해두면 좋을 것 같다는 것.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나로서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총총이가 앞으로 살면서 수없이 마주하게 될 상황이었다. 이 연습이 잘 되면 어린이집 생활이 수월해지기도 할 것이었다. 선생님의 말씀을 다 듣고 난 다음, 나는 “총총이 동생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연습이 되겠네요?”라고 물었다. 선생님은 크게 웃으시며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죠.”라고 하셨다.


선생님 말씀 듣고 그날 집에 돌아오자마자 총총이가 제일 좋아하는 티라노사우르스 모형을 달라고 해보았다. 역시 울었다. 안 된다고. 이거 총총이거야, 하면서 운다. 달래면서 아빠 한 번 하고 총총이 한 번 하고 하자고 했고, 결국 그렇게 했다. 그 뒤로는 총총이가 어떤 놀이감을 갖고 있어도 아빠가 한 번 놀아보자고 하면 선뜻 빌려준다. 어라, 이렇게 쉽게? 총총이가 이미 눈치를 챈 것 같기도 하다. 응, 어차피, 아빠 일부러 한 번 그래보는 거죠? 알았어요, 여기 빌려줄게요, 같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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