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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남 Nov 02. 2022

5. ||:인생은 도돌이표:||

하지만, 기회란 생각지도 못 할 때 오는 법!

앞서 얘기했던 중소기업의 면접을 본 후, 그 주 주말, 당일치기로 부모님과 동생네 가족과 감포로 나들이를 갔다. 오랜만에 낚시를 하기 위해 온 바닷가, 당시 내 상황은 불편함이 가득했지만, 그 반면에 설렘이 가득했다. 왜냐하면 초등학생 시절에 매주 주말 아버지랑 바다낚시를 가는 것을 가장 좋아했었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낚시채비를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닌, 흔히 말하는 '원투대' 하나 들고 바닷고기 특유의 손맛을 느끼는 것이 은근 중독성이 있어 즐거웠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이 점차 멀어지다 보니 낚시는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했던 것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동생네 가족보다 먼저 도착한 나와 부모님은 일단 해변가에 텐트를 쳤다. 왜냐하면 첫째, 낚시를 즐기지 않는 어머니를 위한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고 둘째는 바로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다. 라면을 끓였는데, 하늘을 보면서 먹는 라면의 맛은 그야말로 별미였다. 


이제 막 더위가 시작되려는 6월, 바닷가에는 숭어를 낚으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숭어는 물에 떠 있는 고기다 보니 찌를 띄어 잡는다. 아버지와 나는 그저 바닷고기를 낚는 손맛만 느끼면 되는 사람들이다 보니 숭어를 잡아도 좋지만, 간단하게 추를 걸어 바다 바닥에 있는 고기들을 잡는 것도 즐거웠다. 그렇게 알게 된 고기가 바로 '성대'다. 하얀 배와는 대비가 되는 선홍색의 몸색 그리고 뭔가 익숙지 않음을 넘어 혐오스러움까지 자아내는 지느러미의 색깔을 가진 물고기이다. 이렇게 징그럽게 생긴 물고기지만, 고맙게도 낚싯대를 드리우자마자 바로 입질을 해서 물고기를 낚는 즐거움을 느끼는 동시에 지친 내 마음에 한가득 행복감을 주었다.  


 

즐거웠던 시간



물고기가 줄줄이 낚여오는 것처럼 내 일상도 술술 잘 풀렸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았다. 일상으로 돌아와서 면접을 봤던 회사에서 최종 합격? 통보를 기다렸는데, 하루, 이틀, 한 주가 가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면접을 보는 동안의 내 내적 갈등이 면접관에게 드러났던가?', '그 회사에 들어가기엔 너무 높은? 스펙을 가지고 있는, 내가 회사가 품을 수 없는 인재여서 그런 것이 아닐까?'아니면 '내가 나이가 30대라 신입으로 채용하기에 부담이 되는 것인가? 솔직히 나보다 젊은 직원은 없어 보였는데 말이지...' 이런 생각들이 줄줄이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물론, 만약 내가 그 회사로부터 합격통보를 받고 출근하라는 말을 들었더라도 과연 나는 흔쾌히 출근을 했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들은 내 분수에 맞지 않아 보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난 여전히 백수였으니까. 


면접을 보고 왔는 내가 출근을 '한다', '안 한다'란 말이 없자, 부모님께서 궁금하셨던지 어떻게 돼가는지 내게 물어보셨다. 이런 관심은 되도록 안 가져주셨으면 좋겠는데, 마음이 참 무거웠다. 하지만 솔직하게 내 생각을 말씀드렸다. "회사가 내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채용이 되기가 좀 꺼려져서 바로 출근하겠다는 말이 도저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라고 말이다. 이 말을 들은 부모님은 독립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독립을 못하는 철없는 아들의 모습이 많이 답답하셨던지 "왜 애써 잡은 기회를 놓치려 하냐? 안 되겠다 넌 그냥 공장으로 가던지 아니면 노가다 하러 가라."라고 내게 쏘아붙이듯 말씀하셨다. 이런 말을 들으니 며칠 전 충전된 내 행복한 감정은 애초 없었던 것처럼 바로 고갈이 되는 기분이었다. 


비겁한 변명이지만, 나도 그사이에 전혀 노력을 안 한 것이 아니다. 사설이 길어질 것 같아 생략을 했지만, 정말 여러 군데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었다. 공기업의 하청업체로 있던 경비 업체에서부터, 게임회사의 인사 총무직, 은행 위조지폐 감별사, 문화재 발굴가, 지방신문 교열기자 등. 정말 앞뒤 안 가리고 이력서를 넣었지만, 다들 내 이력서를 읽는지 마는 건지, 차라리 회사들도 카카오톡에 '1'이 사라지고 답장을 안 하면 '읽씹(읽고 무시함)'하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처럼 그렇게 내 상황을 알 수 있는 것이 더 속편 할 것 같았다.

  

여기서 앞에 생략했던 중요한 얘기가 있다. 앞에서 소개했던 중소기업 취업의 신인 친구가 인근의 외국계 기업인 T라는 곳을 추천해주었다. 인근에 있는 회사들 중에서는 직원 복지가 좋아서 '00 공단의 구글'이라고 나에게 소개를 했다. 제조업의 복지가 좋아봐야 얼마나 좋겠냐 싶었지만 그래도 직원 복지가 좋다는 말에 그 회사의 이름은 내 뇌리에 박혀있었다. 그리고 '그' 중소기업에 서류가 통과되고 면접을 보러 가기 전에 T에서 품질팀 계약직 직원을 채용한다는 공고가 올라왔고 이력서를 제출해둔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진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한 군데 이력서를 내놓은 곳이 있어, 거기 서류 발표가 나는 걸 보고 안 되면 노가다 하러 갈게."라고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내가 서류를 통과한다는 가능성이 전혀 없었는데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왔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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