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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남 Aug 24. 2022

로또 당첨자가 패가망신하는 이유

부자의 그릇 - 이즈미 마사토

 우리 가족은 매주 토요일 저녁에 함께 목욕탕을 가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 그 시절의 습관이 몸에 배어있어서 그랬는지, 20대 중반이 되어서도 친구들과 토요일 저녁에 종종 목욕탕에 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 인상 깊었던 것은 8시쯤 되면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티브이 앞에 모이는 것이었는데, 이유는 로또 추첨 방송 때문에 그런 것이다. 당첨도 되지 않는 복권을 사는 것은 돈 낭비라고 생각했던 나는 '정말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의 나는 저런 어른이 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재 내가 그때의 아저씨들처럼 로또 당첨 번호를 검색해서 확인하고 있다는 것은 안 비밀이다.(미안하다 과거의 나...)  


로또의 초창기 이름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인생역전 로또', 이런 느낌의 이름이었다. 실제로 당시에는 1등 당첨금액도 커서 일단 되기만 하면 인생이 역전이 될 만했다. 어른들의 열광은 곧 아이들에게도 퍼졌으며 로또가 유행하던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는 친구들과 학교에서 로또 얘기를 종종 했었다. 그런데 심심찮게 들려오는 소식으로 고액 당첨이 된 사람들 중 몇몇은 수년 년이 지나서 빈털터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듣고 나는 '평생 써도 남을 수백억 원을 어떻게 0원으로 만들 수 있는 걸까?'라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 '내가 당첨되면 절대 그렇게 망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삶을 유지하면서 재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 적어도 패가망신하지는 않을 수 있다.'이런 자신감?이 가득한 생각을 했었다. 물론 지금도 그런 자만심이 조금 있다. 


그렇다면 왜, 인생역전의 일확천금의 기회를 잡고도 다시 가난의 수렁으로 빠지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일까? 저자 이즈미 마사토는 <<부자의 그릇>>을 통해서 젊지만 망한 사업가인 와 자신을 '조커'라고 소개하는 나이가 지긋한 부유한 노인의 대화를 통해서 앞서 우리가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설명한다. 



"인간이 돈 때문에 저지르는 실수 중
90퍼센트는 잘못된 타이밍과 선택으로 일어난다네."  







이야기의 시작은 부쩍 쌀쌀해진 공기로 따뜻한 차 한잔이 손안에 있으면 완벽할 것 같은 날씨에 야외인 백화점 앞의 분수광장에서 하릴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넋 놓고 보고 있는 '나'의 푸념으로 시작한다. "나에겐 돈이 없다." 사실 그냥 없으면 다행이다. 나에게는 빚만 해도 3억 원이 있다. 희망조차 없는 상황에서 무얼 바라겠는가? 소설 속의 나는 단지 현재의 차가운 속을 데울 따뜻한 차 한 잔만 바랄 뿐이다. 하지만 '될놈될'(될 놈은 된다)이라는 말이 있듯, 나는 안 될 사람인가 보다. 차 한 잔 마시려고 주머니를 아무리 뒤져봐도 딱 100원이 모자라다. 그러나 그 모자란 100원을 통해 자신을 '조커'라고 부르는 노인과의 만남이 시작된다. 그리고 즉석 경제 교양 수업을 시작한다. 100원도 빌려주고 경제 수업도 해주고 다 퍼주는 장사 아닌가?  


"자네는 언제까지 돈에 지배당할 셈인가?"



앞서 기술한 것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책은 부자가 된 사람의 '5년 만에 경제적 자유 누리기 썰(SSUL)'을 남긴 책이 아니다. 소설의 형식을 빌린 경제경영 교양서, 쉽게 말해 돈에 대한 가르침을 주는 책이다. 소설이라 이 책의 내용은 주작(없는 사실을 꾸며 만듦)과 허구투성이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지만, 주인공들은 허구이겠지만, 내용만큼은 극 사실주의라 생각이 든다. 저자는 경제금융 교육 전문가에 회사만 5개를 경영 중이며 각종 경제 교육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프로 중의 프로다. 교육적인 부분에서는 확실히 믿음이 가지 않는가?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로또 당첨자들 중 몇몇은 다시 원래의 자리, 아니면 오히려 더 무너져서 패가망신하게 되는 것일까?    





1. '지금이 바로 사야 할 때입니다.'를 무시하지 못해서


우리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티브이를 즐겨보시는데 그래서 재미있는 프로의 사이에 나오는 홈쇼핑 광고를 자주 접하신다. 하지만 이때마다 '정말 필요한 것'이라고 포장된 것들을 구매하시는데 한 가지 물건을 예로 들자면 00년대에 유행했던 '녹즙기'가 대표적이다(동아 오00의 모델이다). 이 녀석은 녹즙기면서도  떡도 만들 수 있어서 쌀로 만든 떡볶이 떡도 만들 수 있으며, 얼린 과일도 갈아 셔벗 느낌의 간식도 만들 수 있는 아주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하는 제품이었다. 하지만 정작 우리 어머니는 처음 구매 당시 잠깐 여러 가지 기능을 사용하셨고 부품이 파손되어 버릴 때까지 줄곧 김장철에 마늘을 다진 마늘로 만드는 용도로만 사용하셨다. 


참 우습고 재미있는 예화라 생각하는가? 사실 우리들의 경제생활에서도 이러한 행동 패턴을 보인다. 가까운 예로 주식은 어떤가? 호재 뉴스가 뜬 후 한창 달아오를 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진입하지 않는가? 그 결과로  고점에 묶여 "00층 구조대 부탁합니다."라고 외치거나 손절매로 큰 손해를 본다. 부동산은 어떤가? 주식이나 코인보다 초보자가 진입하기엔 장벽이 높지만 별반 다르지 않다. 또 한순간의 '지름신'의 강림으로 평소 사고 싶었던 물건(사치품)을 산다거나 세일이라는 이유로 무계획적인 구매를 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부채를 사지 말고 자산을 사라.'라고 책에서 거듭 강조한다. 실천 없는 지식은 죽은 지식일 뿐임을 상기하며. 이 책의 '노인'의 금융 조언을 통해서, 그리고 '나'를 반면교사하면서 다시금 나의 돈의 흐름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사람들은 지금 돈을 더 지불하는 쪽을 택해.
돈을 더 냄으로써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지 않다는 안도감을 사는 거야.





2. 돈을 다루는 '경험'이 없기 때문


비교적 최근에 <<파이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국내의 경제적 자립을 이룬 대표적인 파이어족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방법들을 요약을 한 책이다.(자세한 내용은 블로그를 참고해주세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중간 은퇴를 꿈꾸며 경제적 자유를 찾는 방법들을 아주 다양하게 그리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고민하고 있다. 심지어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어린 친구들 조차 벌써부터 이런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퇴직할 때까지 일하는 것이 목표셨던 우리 부모님 세대와 비교한다면 정말 다른 모습이라 생각이 든다. 여하튼 성공한 파이어족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부를 일궈냈다. 여기서 강조할 부분은 자신, 즉 자기 자신이 즐기는 일을 하거나 또는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운영을 해야 하는지 고뇌한 결과 성공적인 파이어족이 된 것이다. 여기엔 펀드매니저나 파이낸셜 플래너란 단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라. 자칭 조커라는 노인도 이렇게 말한다. "'파이낸셜 플래너'라고 불리는 사람 중에 진짜 부자는 거의 없다는 걸." 


돈을 다루는 능력은 많이 다루는 경험을 통해서만 키울 수 있어.
이건 결론이야. 처음에는 작게, 그리고 점점 크게.



학문적인 지식이 수익으로 직결된다면 이미 경제학 교수들이 주식시장을 점령해 수많은 개미들을 털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주식시장은 경제학 지식으로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일들이 하루에 수도 없이 일어난다. 그 예측 불가능한 흐름을 캐치한 사람은 돈을 벌고 그렇지 못 한 자들은 잃는 것이다. 주식을 시작하는 주린이들에게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공부를 하고 시작하라고 하는 말이 여기에 있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주식뿐만 아니라 다른 재테크에서도 마찬가지다. 100번 넘어져도 1번 성공하기까지 계속 시도해보길 바란다.  당신의 빛나는 노력이 결실을 맺는 날이 올 것이다. 


우리에게는 실패할 권리가 있다.



"부자가 두려워하는 건 '돈이 늘지 않는 리스크'라네. ∙∙∙ 따라서 한정된 기회를 자기의 것으로 만들려면 배트를 많이 휘둘러야 해." 나는 부자들은 가지고 있는 돈의 양이 줄어드는 것에 공포감을 느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노인은 부자들의 생각은 일반적인 우리들과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말해준다. '돈이 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돈을 늘도록하기 위해서 남들이 봤을 땐 무의미 한 투자를 하듯,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이러한 것이 노인이 말한 '배트를 많이 휘두르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 기회는 한정되어 있으니 실패를 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시도하다 보면 파울, 안타 그리고 홈런을 때릴 수 있을 것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시도해보자.





 한정되어 있는 것은 기회뿐만 아니라 우리의 시간도 한정되어 있다.(어쩌면 가장 값비싼.) 이는 젊을 때에 도전한 사람들이, 실패의 경험(성공하는 방법)을 쌓을 기회가 나이가 들어 시작한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이라서 성공하고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도전한 사람이 성공을 하고 부자가 되는 것이다. 심지어 복권조차도 일단사야 당첨을 꿈꿀 수 있는 것처럼 준비하고 '휙'하고 지나가는 기회를 잡길 바란다.





3. 빚에 대한 지식이 일반인 수준이기에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요즘 이 시대에 빚 없이 자가를 사는 사람이 정말 몇이나 될까? 99%의 사람들은 신혼집을 또는 생에 첫 집을 전세대출 또는 담보대출이라는 상품, 즉 빚으로 구매를 할 것이다. 이 빚은 집을 구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 사업을 위해서도 은행은 대출을 해준다. 그렇다면 빚, 은행에서 돈을 빌린 우리들은 그것을 갚아야 할 것이다.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말이다. 은행은 이렇게 별다른 혁신과 개발이 없이 가만히 앉아 고객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로 수익을 낸다. 이는 마치 합법적인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빚은 우리들에게 대부분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사람들은 회사가 문을 닫거나 개인이 자기 파산하는 원인이 
'빚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수중에 '돈이 없어지기 때문'이야.


그러나 솔직하게 다시 생각해보자. 빚이 있었기에 우리는 집을 살 수 있었고 회사를 창업할 수 있었으며 심지어 파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노인은 "빚만큼 돈을 배우는 데 좋은 교재는 없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1억 원을 빌렸을 때 연간 300만 원의 이자를 내는 경우로 예를 들어 설명한다. 요약하자면 시점에 따라 빚과 이자는 갚아 나가야 할 부담이 될 수도 있고 이자만 낸다면 필요한 기간만큼 내가 빌린 돈을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매년 300만 원을 낸다면 1억 원은 안 갚아도 된다는 것이다. 물론, 원금에 대한 금리가 얼마나 높은가에 대해서는 돈을 빌리는 사람들이 지혜롭게 잘 분별해가며 빌려야 할 것이다. 연간 금리가 300만 원과 2000만 원은 그 차이가 어마어마하니깐.


'지불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받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네.







하지만 운이 언제까지나 나쁜 사람은 없어.
자네도 돈에 대해 올바르게 행동하면 언젠가 꼭 성공할 걸세.



"돈 그릇을 키워라."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지 않았는가? 재테크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한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돈 그릇이 도대체 뭐길래 길러라는 말인가? 여기서 그릇은 아마도 다룰 수 있는,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책 속의 '나'는 은행원에서 주먹밥 가게로 성공가도를 달리다가 어느 한순간 삐걱이며 3억 원이란 빚을 지고 파산하여 거리에 노숙을 하는 신세다. 저자의 말은 큰돈을 벌어도 제대로 다룰 수 없다면 그 돈들은 손가락으로 빠져나가는 모레 같은 존재일 뿐이라고 독자들에게 말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돈 그릇을 어떻게 하면 키울 수 있을까? 제목을 <<부자의 그릇>>이라고 지었으며, 또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이라는 부제를 쓴 책인 것 치고는, 그에 대한 해답을 책 안에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마 소설의 형식이다 보니 저자의 지식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이 된다. 다만 책 속에서 '성공하는 사람(부자이거나, 성공적인 사업가 거나)들은 이런 습관을 가지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에서 독자들이 돈 그릇을 키우는 방법을 유추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심심한 긍정적인 평가를 남긴다. 


책의 말미에 "부자는 자신의 돈을 반드시 그 금액에 어울리는 그릇을 가진 사람에게 주는 거야. 그러면 그 돈은 다시 열 배 이상으로 돌아오게 되지."라고 말을 한다. 지금부터라도 돈 그릇을 키우는 훈련을 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큰돈을 잡을 기회가 있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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