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저녁부터 둘째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자가진단 키트는 음성이었지만 시국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빨리 마스크를 챙겨 쓰고 둘째와 방으로 들어왔다. 첫째도 빛의 속도로 마스크를 쓰더니 우리가 들어간 방문을 닫는다.
"엄마~ 00이 코로나야?"
"아직 모르겠어. 키트는 음성이라서 코로나 아니라고 하는데 열이 나니까 내일 다시 해보면 달라질지도 몰라."
"엄마 어떡해... 엄마도 코로나 걸리면 어떡해... 나는 엄마 없이 못 살아ㅠㅠㅠ"
"괜찮아. 엄마는 백신도 3차까지 맞았잖아. 걱정하지 마~"
남편이 오려면 아직 두 시간 남았다. 이번에 내가 복직을 하며 첫째 목에 키즈폰을 걸어줬더니 궁금하거나 심심할 때 문자를 했다. 다행히 둘째가 몇 분만에 잠이 들어 첫째와 만났다.
방문을 닫으며 마스크를 벗자 첫째가 난리다.
"엄마~ 마스크 써야지!!!! 벗으면 안 돼요!!!"
물을 마시는 척 정수기 앞으로 가서 몇 모금을 마시곤 다시 마스크를 썼다. 그때부터 첫째는 우리의 마스크 감시자가 되었다.
"아빠는 왜 마스크 안 써요?"
"엄마 마스크!!!"
다음날 아침 야속하게도 둘째의 자가 키트 결과는 양성이었다. 서울에서 일요일에도 선별 진료를 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 그중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갔는데 주차도 못했을 뿐더러 큰 종합 운동장 둘레를 뺑 둘러 서 있는 사람들을 보니 질려서 도저히 내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남편과 다음날 아침 일찍 가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딱 한 군데만 더 가보자며 함께 집을 나섰다. 정말 다행히도 보호자 1인이 함께 검사가 가능하였고 앞선 곳보다 상황이 나아 둘째와 무사히 pcr 검사를 받았다.
우리가 검사를 받으러 동분서주하는 동안 첫째는 작은 방에서 일절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스크를 한 상태로 코와 입을 막기 바빴다.
둘째는 안방에서 격리 중이라 그곳으로 먹을 것을 넣어주었다. 나와 남편은 식탁에서 밥을 먹는데 첫째는 싫다고 자기 방으로 넣어 달라했다. 그렇게 첫째는 철저히 격리에 들어갔다.
남편과 나 둘이 소곤거렸다.
"역시 원칙주의자야!!!"
어찌 되었건 느슨해질 수도 있었을 자가격리가 첫째 덕분에 긴장감이 흘렀다. 자려고 누웠는데 마스크를 못 벗을 지경이니. 하아. 답답해서인지 불안해서인지 새벽 두 시에 잠에서 깼다.
과연 결과는...? 자가격리의 끝에 온 가족이 이 날을 추억하며 웃을 수 있기를...
(둘째 양성으로 코로나 확진. 나머지 가족은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