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코로나 방문기

by 정예슬

3월 5일 토요일 저녁 무렵, 7살 둘째가 두통을 호소했다. 이마를 만졌는데 열이 있어 체온계를 들이밀었더니 38도. 안 그래도 목요일 어린이집 같은 반 친구가 확진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터라 조마조마했는데 그동안 무증상이었던 걸까? 부랴부랴 자가 키트를 했으나 결과는 음성이었다. 혹시 모르니 온 가족이 마스크를 쓰고 해열제를 먹여 재웠다. 새벽에도 열이 떨어지지 않아 4~5시간 간격으로 해열제 먹였다.


다음날인 3월 6일 일요일. 문을 여는 선별 진료소가 거의 없었다. 남편과 첫째를 집에 남겨두고 나 홀로 둘째를 챙겨 근처 목동 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남편과 2인 1조로 움직였어야 했는데... 주차할 곳이 없다. 줄도 어마어마하게 길다. 말로만 듣던 4~5시간이 바로 저 줄이구나 싶었다.


결국 아홉 살 첫째에게 동영상을 보여주고 남편과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이번엔 신도림역 선별 진료소다. 남편이 줄을 서면 나와 아이는 신도림 테크노마트에 주차를 하고 대기하기로 했다. 다행히 자가 키트 양성일 경우 사회배려자 우선 pcr 검사가 가능했다. 미취학 둘째와 보호자 1인까지 함께 검사받을 수 있다고 하여 내가 함께 들어갔다.


3월 7일 월요일. 직장에 pcr 검사 대기 중이라는 연락을 드렸다. 본인이 양성이면 당연히 격리이고 동거인이 확진이나 본인은 음성일 경우 백신 접종을 했으므로 출근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음성이 나왔다. 남편이 휴가를 쓰고 아이들을 돌보기로 하고 나 홀로 출근을 했다.


월요일 퇴근 후 첫째와 남편이 pcr 검사를 하러 갔다. 저녁부터 첫째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스크를 열심히 썼는데 어쩔 수 없구나ㅠㅠ 그 와중에 둘째와 함께 자고 마스크도 제대로 쓰지 않는 남편은 무척 건강하다. 슈. 퍼. 항. 체.


그 사이 나는 점점 몸이 안 좋아지더니 화요일엔 결국 조퇴를 했다. 오후에 발열이 시작되었고 인후염 증상이 더 심해졌다. 원래 학기초와 환절기에 직업병으로 인후염을 달고 살지만 목 아픈 정도가 확실히 남달랐다.


수요일 대통령 선거 날. 자가 키트 결과 역시나 양성이 나왔다. 임산부 장애인 미취학 아동 등의 사회적 배려자에 속하지 못하는 나는 엄청난 pcr 검사 대기 행렬에 서야 했다. 우선은 오르내리는 열과 사투를 벌이며 침대와 한 몸이 되기로 한다.


다음날인 목요일 아침 병가를 쓰고 보건소 선별 진료소로 향했다. 8시 20분부터 대기하여 10시에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날이 좀 풀린 것 같긴 하지만 오한으로 롱 패딩을 껴입고도 떨어야 했다.


금요일 오전 pcr 양성 문자가 왔으나 자가격리 해제일이 포함된 문자는 토요일 오전에야 왔다. 신규 확진자가 30만 명이 넘어서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며 다들 고생이 많구나 싶었다.


첫째는 확진 이후 콧물과 해열제만 처방받았는데 점점 가래 기침이 심해져서 토요일에 내 약을 처방받으며 첫째도 기침약을 추가로 처방받았다. 진료비와 약값이 공짜라니 감사할 따름이다.


토요일 오후에 직장에서 연락이 왔다. 18일 목요일 출근으로 알고 있었는데 17일 수요일에 출근을 해야 한단다. pcr 검사 기준이 아니라 자가 키트 검사 기준 7일이라고. 일요일이 되어도 별 차도가 없어서 그 하루가 무척 아깝게 느껴졌다. 키트 하루 늦게 할 걸...


14일 월요일에도 종일 누워있었다. 첫째는 일요일 자정을 기점으로 자가격리 해제가 되었으나 계속된 기침으로 자체 등교 중지령을 내려 집에 머물렀다. 열심히 가글을 하고 수시로 물과 비타민 등을 챙겨 먹였다.


15일 화요일은 오늘 기침이 확실히 줄어들어 학교에 보냈다. 학기초 이틀 가고 지금까지 집에 있었으니 안된 마음... 내일부터는 아침 돌봄에 가야 하니 오늘은 느지막이 학교에 가고 점심 먹지 않은 체 하교를 시켰다.


그리고 나는? 이 시간까지 기록이랍시고 글을 남기고 있다. 눈이 조금 피로한 것 빼고는 제법 괜찮다. 오늘 새벽에는 5시 줌 새벽 독서실에도 참여했다. 하루 종일 낮잠도 자지 않았다. 바이오리듬을 출근에 맞춰야 한다며 종일 동동거리고 청소와 빨래를 했다.


점심시간에 몸은 좀 어떠냐고 남편이 전화를 걸어왔길래 그러그러하고 있다 말했더니 마지막까지 푹 쉬어야지 왜 그러냐며 웃는다. 그러게 나는 왜 그럴까? 이것도 천성이지 뭐.


그래도 조금은 컨디션이 올라왔나보다. 내일 출근이라 각성된 상태일지도. 여전히 잔기침과 가래는 남아있다. 둘째도 큼큼 거리며 목 긁는 소리를 자꾸 내서 물을 많이 마시게 하고 있다. 첫째와 나는 자기 전에 가글과 코푸시럽 5mm.



일기를 쓴다는 것은 누구도 보지 않을 책에 헌신할 만큼 자신의 삶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ㅡ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클리어, 비즈니스북스, 148쪽


잊기 전에 기록하는 우리 집 코로나 방문기. 너무 열심히 적고 보니 괜히 민망하여 일기의 이유와 효과를 더해본다. 내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오로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마르코 폴로의 여행기처럼 유익하거나 재미있는 것이 아닐지라도 이 달갑지 않은 경험 또한 역사의 한 장면이 될지도 모르지. 거창하지 않더라도 우리 가족의 역사이자 내 삶의 일부니까 소중히 간직해보련다.


이번주가 코로나 피크라는데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아무쪼록 무사히 넘기시길 기원해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코로나가 일상다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