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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Feb 24. 2023

꼬ㅊ미남 다나카입니다!

오늘은 용서


"맻 개고? 밥알 말이다."



한동안 밥알 타령을 하던 남편은

요 며칠 이상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 마. 조르조르조르~

꼬츳가루를 날리고~" 



"아우~~~ 또 뭔데? 이번엔 누구야?!?"



"다나카입니다. 꼬ㅊ미남~

오이시쿠나래 오이시쿠나래~

독도는 니네 땅~"



다나카가 누군지 뭔 말을 하는 건지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남편을 따라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백만 년 만에 보는 예능.

늙지도 않는 방부제 미모 안재욱 옆에 처음 보는 일본인 떡진 머리 샤기컷 남자 있었다. 

그가 바로 다나카였다.









한국에 가수를 하기 위해 건너온 일본 호스트?! 유흥업계 종사자. 싱글 앨범도 냈다고 한다. 뭐지... 노래 방송에 나와서 진짜 노래도 한다. 일본인 가수가 맞나 보다. 한국 발음이 꽤 괜찮다. 엄청 연습했나 보다. 팬도 많은 것 같다. 각종 TV, 유튜브 채널에 동서남북 안 나오는 곳이 없다.



그렇게 한참을 속았다. 알고 보니 그는 우리나라 개그맨 김경욱이었다. 부캐로 일본인 다나카 상을 연기하고 있었던 거다. 부캐 전성시대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더 놀라운 건 이 멘트였다.




"4년 동안 하늘을 원망했습니다. 이렇게 재밌는데 왜 반응이 없습니까~~"




세상에. 다나카라는 부캐를 연기한 지 4년이란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걸 4달도 아니고 4년이나 했다는 거다.



요즘 같이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에!! 4주가 아니라 4일 아니 4시간 만에 결과를 보고 싶어 하는 시대에 4년이라니... 요 근래 나는 지금 당장 무언가를 이뤄야 할 것만 같아 마음이 바쁘고 꽤 지친 상태였다.



그런데 4년이라고?!?!? 4년의 세월 동안 같은 옷, 같은 헤어스타일, 같은 신발을 고집하며... 혼자 묵묵히 그렇게 그렇게. 너무도 뜬금없이 남편 덕에 알게 된 개그맨 한 명이 나를 울린다.




오늘은 어제와 똑같이 엉망진창인 삶이
희망으로, 잠재력으로 가득 차 보인다.
살아보지 않고서는 불가능을 논할 수 없으리라.

ㅡ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중에서



살아봐야 아는 게 인생이다. 아무도 그 끝은 모른다. 그러니 그냥 살기로 하자. 희망과 잠재력으로 가득한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서.



나에게 다나카의 원망과 성공을 들려준 남편에게 감사하다. 4년 동안 한결같이 다나카를 연기해 준 개그맨 김경욱임도 감사해요! 이렇게 문득 뭉클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나에게도 감사하다.



조급했던 나를 용서하고 보듬는 밤 :)

굿 나잇, 스윗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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