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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Feb 23. 2023

아빠 뽑기가 필요해...

그것은 실망

 "와아~ 예슬이랑 닮은 줄 알았는데 직접 보니까 남편을 더 닮았네!"


 "우리는 여전히 스무 살 같은데... 애들만 렸어~~"



 왁자지껄 웃음꽃이 피었다. 다시 스무 살이 된 기분이었다.


 컬투쇼에 사연을 보내도 될 만큼 기막히게 웃긴 사연도, 이미 궁금한 이야기? 채널에 나왔다는 사연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시간의 틈을 가득 메우고 순식간에 우리를 헤어짐 앞으로 데려갔다.



 "가자 가자 풀빌라!!!!"



 못내 아쉬운 마음을 풀빌라 예약으로 달랬다. 가족이나 친척이 아닌 친구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1박 여행을 하는 건 처음이다. 그것도 다섯 식구나 함께 하다니. 정말 엄청난 모임이 되어버렸다.



 "남편들도 데려가자~~~"


 "아... 우리 남편은 안 될 것 같아..."



 친구 한 명이 그렇게 말해주니 안심이 되었다. 나도 어려울 것을 알기에...



 "에이~ 그래도 남편들한테 물어나 봐봐~~~"



 그렇게 나와 친구는 각자의 남편에게 기대 없는 카톡을 날렸다. 곧이어 친구의 밝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남편이 우리 실행력 갑 이래~~~ 혹시나 일정 생기지 않는 한 일단 비워둔다네!"


"우와~~~ 잘됐다!!!"



그리고 우리 남편은? 감감무소식이었다.


카톡.



<일 터져서 지금 대전 가고 있어요.>



 갑자기 대전?!?!? 게임 끝.

자기 앞에 놓인 삶을 헤쳐나가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사람에게 내가 무슨 말을 꺼낸 것일까 싶었다.



<아이고 무슨 일이래요... 조심히 잘 다녀와요!>



 아쉽지만 애초에 기대가 없어서 그런지 실망도 없었다.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싶었다.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아들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엄마~ 우리 풀빌라 가요"


"응~"


"아빠는요?"


"아빠는 못 가~ 회사 가야지. "


"아... 아빠 불쌍하다... 다른 친구들 아빠도 못 와요?"


"아니~ 다들 올 수 있다네~"


".... 그럼... 우리는 아빠 뽑기를 해야 하나... 

아... 아니다... 그래도 우리 아빠가 제일 좋지..."






 아빠 뽑기라는 건 바로 이 동화책에서 나온 말이다. 주인공 남자아이가 아빠와 함께 캠프에 참석한다. 그런데 잘생기지도 않았고 돈도 별로 많지 않으며 운동도 잘하지 못하는 아빠와 함께 하기 싫었다. 그러다 우연히 아빠를 뽑게 되는데......


 결론은 아주 훈훈하다. 뭐니 뭐니 해도 우리 아빠가 최고라는~ 그런데 갑자기 아들이 아빠를 뽑는다는 둥 그래도 우리 아빠가 최고라는 둥 혼잣말을 하는 것이다.



 "안 되겠다! 아빠한테 시간 좀 내보라고 할게~"

 

 "정말?!?!?"



 다행히 남편은 일이 잘 해결되어 통화가 가능한 상태였다. 그리고 다섯 가족 풀빌라에 구멍이었던 남편은 마지막 멤버로 참여하게 되었다 :)



 "엄마! 왜 우리 아빠만 안 되는 거야? 실망이야!!!"


  라고 말했다면 이 일은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평소 잘 모이던 멤버도 아니고 생판 남인 사람들의 만남. 가뜩이나 극 I 향 성격에 특히나 올 한 해는 바쁘다고 못 박고 시작했는데... 굳이 거기다 싫은 소리를 붙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들의 간접 실망은 내게 전투 의지를 불살랐다. 아이들도 한 때이거늘. 우리가 언제 또 이렇게 모일 수 있겠냐며! 그날 하루는 좀 빼라고 윽박이라도 지를까 했다. 물론 언짢은 기색을 내비치기도 전에 싱거울 정도로 쉽게 오케이 사인을 받아버렸지만. 날짜 조정이 있긴 했으나 그 정도야~


 때론 실망도 하고 실패도 하는 인생! 그래서 더 흥미로운지도 모르겠다. 생각한 대로만 되면 무슨 재미겠는가. 예측하지 못해 아름다운 삶. 그 한가운데를 오늘도 신나게 살아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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