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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Feb 22. 2023

내가 내 안티에요

아마도 불안_

뭔가 잘못 된 것 같다.

내가 거꾸로 세상에 온 걸까?

어쩌면 이게 꿈인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너무 열심히 산다.

1분 1초도 허투루 쓰는 게 아깝다.


"너도 이참에 좀 푹 자고 푹 쉬어!"


푹푹 삶기는 기분이다.

푹 쉬는 삶이라.


"제가 제 안티에요..."


지금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내가 했던 말이다.


퇴근하자마자 대학원에 가고

석사 과정 중이면서 박사 수업 들으러

비는 시간에 또 수업 듣고

프로젝트 참여 하느라 방학도 없이 지냈다.

주말에는 플룻을 불고 오케스트라 공연에 참가했고

아카펠라 동호회도 다니며 또 공연을 했다.


그게 너무도 인상적이었다는 남편.

어제도 새벽 바람으로 일어난 나를 보고 놀라며 말했다.


"나보다 더 빡세게 사는 거 같아?!?"

"그러게... 내가 내 안티라고 했잖아..."


나는 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좀 쉬어도 된다.

천천히 가도 된다.

두 아들이 내 눈길을 원하고 있다.

아는데 쉽지 않다.


미안했다가

화를 냈다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한다.


할 게 많아서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오늘도 주체하지 못하다

고꾸라진다.


일단 자야하는데

내가 내 안티라서 잠도 안재운다.


그래 인정하자.

이건 불.안.이다.

뭔가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자꾸만 더더더 하게 되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




하지만 알랭드 보통이 말하지 않았던가.

불안도 때론 쓸모가 있다고 말이다.

불안하여 잠 못 들던 이들이 어쩌면 생존에 가장 적합한 사람들이라고.

걱정과 취약성이 그들을 성장하게 만든다.

그래, 그러니까 이렇게 생각하자.


'나는 오늘도 성장 중이다.'

'매일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그래도 잠이 안온다

악다구니 한 번 쓰지 뭐.


"열심히 사는 게 어때서!! 난 원래 이렇게 생겨 먹었다고!!!"


그래도 하늘에 계신 아빠를 생각하면

가족을 위해서라도 건강을 챙겨야겠다고...

다시 마음을 도닥여본다.

조금 내려놔.

움켜쥔 손 좀 활짝 펴고...


괜찮아.

괜찮아.

충분히 잘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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