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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Mar 27. 2023

Z세대가 M세대에게 건넨, 프렌치시크룩

  나에게 평생 숙제가 있다면 튼실한 하체다. 아무리 살이 빠져도 허벅지는 건재하다. 원피스를 즐겨 입는 이유다. 무릎 조금 위아래라면 환상적이다. 아주 날씬해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 원피스가 영 신경 쓰였다. 쭈그리고 앉거나 고개를 숙일 일이 많아져서다. 롱 원피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아이를 안고 계단을 올라가다 치마 끝단을 밟고 넘어질 뻔한 적도 많다.


  이래저래 바지를 사야 했다. 어느 날, 블랙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여느 쇼핑몰과 달리 나와 비슷한 체형의 하체 통통 몸매였다. 좋았어! 이런 바지 구하기 힘들지. 홀린 듯 똑같은 바지 두 벌을 주문했다.


  "그 바지 괜찮네?"


  친정 엄마가 눈독을 들이셨다. 두 벌이니 하나를 선뜻 내드렸다. 한 달 뒤 늘어나는 재질이 아닌데 허리에 주먹 하나가 들어가고 엉덩이 조금 남아돌았다. 아들 둘 이고 지고 다니다 보니 살이 빠진 거다. 세상에 이런 일이!!


  "허리 좀 줄여주세요."

  "반 사이즈만 줄이면 되겠네요."


  사이즈를 줄여도 허리가 조금 남았다. 그렇게 2년을 교복처럼 입었다. 아이들이 좀 크고 다시 치마를 입기 시작했다. 허리가 아픈 후 운동화를 신기 시작하며 다시 바지를 찾았다.



  아, 블랙진이 있었지. 헐렁했던 바지가 줄어들었다?!?! 아무리 해도 잠기지 않았다.


  "엄마, 이거랑 똑같은 바지 있죠?"

  "응. 근데 작아져서 요즘 안 입어."

  "엥? 엄마도?!?!!?!?"


  다행히 엄마에게 드렸던, 사이즈를 줄이지 않은 바지가 잘 들어갔다. 물론 기대했던 예쁜 핏은 아니었지만. 맞는 바지가 그것뿐이라 트레이닝 복이 아니면 그 블랙진고 다녔다.


  


출처 : 쇼핑몰 바일라민




  "언니! 프렌치시크룩 세계로 와~~~"


  어제였다. 갓 발령받은 사촌 여동생 응원차 포천으로 갔다. 앞에서 한창 썰을 풀었던 그 블랙진을 입고서.


  동생은 굉장히 통이 넓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이게 요즘 유행하는, 아니 벌써부터 유행했다는 통슬랙스!!!


  "얼마나 편한지 몰라~~~ 이거 입으면 다른 바지 못 입어!!!!"


  깔별로 샀다며 그중 2개나 있다는 블랙 통 슬랙스를 내게 입어보라고 했다. 진짜 진짜 진짜 편했다. 다리에 붙는 느낌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샤락샤락.


  "입은 거 같지도 않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월요일, 이 바지를 입고 오전 내내 돌아다녔다. 서점과 문구점을 돌아다니고 벚꽃도 보면서. 노란 개나리 곁을 지날 때는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프렌치 시크룩 French Chic
: 프랑스 특유의 시크함을 특징으로 한 패션 종류.



  프렌치시크룩이 뭔지 몰라서 찾아봤다. 시크도 프렌치도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편하다. 코리아 아줌마룩으로 딱!



   동생이 내게 건네준 건 단순히 프렌치시크룩 통슬랙스가 아니다. 유행하는 무엇도 아니다. 내게 잘 어울리고 편한 삶의 방식을 선물해 주었다.



  입었던 옷만 주구장창 입는 내게, 이런 세계도 있다고 손짓해 준 동생이 고맙다. 아니었다면 늘 불편한 바지 스타일을 고집하며 옷보다 내 체형만 탓했을 것이다.



  먹는 것엔 유독 지갑을 잘 열고 이것저것 도전도 즐기는 에 입는 것에는 별로 관대하지 못하다. 실험 비용을 들이고 싶지 않아 엄마에게 작아진 옷 등을 얻어다 대충 입었다. 이제는 조금씩 내 취향을 찾아봐야겠다.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 #별별챌린지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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