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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Mar 09. 2023

탈출은 지능순

MBC PD수첩

노량진 고시원 텅텅


  공시생 떠난 노량진이 썰렁하다는 기사가 떴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안에는 행시, 7급, 9급도 있지만 사범대와 교대생도 포함되어 있다.


  교대 갈 점수면 SKY 웬만한 과에 붙고 지방대 한의대나 약대도 가고 남을 점수였던 때가 있었다. 바로 내가 교대에 들어갈 무렵이었다.


  교사가 된 선후배와 동기들 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이들이 많다. 적은 월급 때문에? 몇 십 년간 한결같은 수당 때문에?



아니다

교권 추락
사기 저하



   동네 북으로 전락해 버린 교사의 현 위치 때문이다. 휴직 후 엄마들 사이 커피 타임에 담임교사는 오징어보다 더 잘게 씹히고 조리돌림 당한다. 그나마 내가 교사라는 걸 아는 엄마들은 덜하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덜하다가 포인트.



제발 올해는 좋은 선생님 만났으면 좋겠어!
작년 선생님 정말 별로였어!

   

   


  대체 어떤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일까? 자기 아이 오냐오냐 하는 선생님?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말은 하지 않는 선생님?





  지난 3월 7일 밤 9시 MBC 'PD 수첩'에서 아동학대 교사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사람이 죽었다.
소리 소문 없이ㅡ


  2021년 여름, 부산의 한 선생님이 아동학대로 신고를 받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내용이 방영되었다.


  몰랐다. 정말 몰랐다. 2년이 다 지난 지금에야 알게 된 것이 너무 죄송하고 슬펐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준비물을 가져오지 못한 학생에게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것을 빌려주기로 했다. 수량이 넉넉지 않아 돌려 쓰기로 했는데 자기가 먼저 받지 못했다고 한 아이가 욕설을 했다. 교사는 아이에게 복도에 잠시 서 있게 하였고, 방과 후 남겨서 반성문을 쓰게 했다.


  그 후는 안 봐도 뻔하다. 하지만 너무 아쉬웠던 건 이 사건의 신고자가 학교장이었다는 것이다. 문제가 커지는 게 싫었을까? 자기는 이렇게까지 했다며 담임에게 모든 책임을 넘기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하려 했던 걸까? 교감은 일이 커지기 전에 마무리하라며 담임교사에게 사과를 종용했다고 한다.


  신체적 체벌을 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 위협적인 행동을 하거나 욕설을 하는 아이에게 훈육 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


  왜. 이 모든 책임을 담임교사가 떠안아야 하는가?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툭하면 아동학대, 정서학대. 조금만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교무실을 제집 드나들듯 오가는 학부모.


  오죽하면 교직에서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나돌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교사로서의 만족과 보람이 크기에 하루하루 살얼음 걷듯 언행을 조심하면서 지낸다. 그 모습이 가엾을 따름이다. 할 말 못 하고 끙끙대다 마음에 병이 생겨버릴까 무섭다.


  더 이상 조직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라지만, 교사라는 집단이 학생의 바른 성장과 수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제. 발. 보호 장치가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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