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1학년 때 동네 친구들과 결성한 '그림책 하브루타 독서 모임'.
복직과 동시에 작년 3월부터 10개월 간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올해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책 한 권에 대해서만 이야기 나누는 게
무슨 숙제마냥 영 떨떠름하고 찝찝하던 차에
'하브루타' 책을 닥치는대로 읽어나갔다.
(2년 반 동안 1천권을 읽고 나는 모든 문제 해결을 '책'에서 찾는
아주 멋진 습관이 생겼다.
책 속에 답이 있고 길이 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이와 나누는 모든 대화가 '하브루타'라는 것을!
"00아, 그 때 네 마음은 어땠어?"
"00이의 생각은 어때?"
"네가 주인공이라면 어떨 것 같아?"
꼭 책이 아니더라도 일상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서
충분히 아이의 마음을 들어주고 생각을 묻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들은 본인에게 닥친 아주 작은 문제거리도 찾아내기 시작했고
수면화하여 엄마와 이야기 나누길 꺼리지 않았다.
*
어제 저녁에 있었던 일이다.
사회 교과서 읽기를 마치고 배움 공책을 쓰려는데 아들이 꽤 심각하다.
"왜 그래? 뭐 힘든 거 있어?"
"엄마... 학교에서 동시 수업을 하는데 힘들어요..."
"어떤 점이....?"
"<라면 맛있게 먹는 법>에서 시 3개 골라서 따라쓴 다음에 바꿔서 쓰고 그림도 그려야 헤요."
"따라 쓰고 바꿔 쓰고 그림도 그려?! 와... 3학년 형아는 다르네.."
"용감한 어린이상,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 또 하나는 뭐더라... 아무튼 내일은 용감한 어린이상 시를 바꿔야 하는데... 용감한 어린이는 엄마한테 대들어서 상을 받는건데(찾아보니 진짜였어요 아이들이 보면 웃기고 엄마가 보면 화딱지 나는 동시ㅎㅎㅎㅎ) 나는 거꾸로 어린이를 하고 싶어요."
"거꾸로 시드 처럼?!?! 그럼... 거꾸로 물구나무서기 하고 다니는 어린이야?"
"네!!! 엄마가 뭐 하라고 하면 다 거꾸로 서서 하고 친구들이랑 달리기 시합하면 거꾸로 뛰고 (어쩌고 저쩌고)"
"와아.... 재미있겠다!!!! 그럼 그대로 적으면 되겠네? 거꾸로 어린이상 받고 끝~ 그림은 물구나무 선 어린이 그리고?!"
"네~~~~!!! 다 됐네요?! 다른 건 할 수 있어요.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은 냄새나는 꽃이고 라플레시아에요. 왜냐하면 화장실 앞에서 (중략)"
"오~ 좋다!!! 동시 3가지 바꿔쓰기 끝났네?"
*감정 코칭형 부모
1)아이의 감정은 다 받아주되 행동에는 제한을 둔다.
2)감정에는 좋고 나쁜 것이 있다고 나누지 않고, 삶의 자연스로운 일부로 모두 다 받아들인다.
3)아이가 감정을 표현할 때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다.
4)아이의 감정을 존중한다.
5)아이의 작은 감정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
6)아이와 정서적 교감을 중요하게 여긴다.
7)아이의 독립성을 존중하며 스스로 해결 방법 찾도록 돕는다.
/ <내 아이를 위한 감정 코칭>, 존 가트맨 중에서
'내 아이의 작은 감정 변화를 놓치지 말라고?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아니었다.
하브루타 대화라 마음속으로 이름 붙이고 일상 대화에 정성을 쏟기 시작하자,
아이의 작은 눈, 코, 입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조금씩 조금씩 알 수 있었다.
미묘한 변화를 놓치지 않고 대화를 이어나가자
아이도 본인의 감정과 여러 문제 상황들을 컨트롤하는 힘이 생겼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다.
아이니까 당연하다. 그래서 엄마가, 어른이 필요한 것이다.
/
여전히,
하브루타니 토론이니 하는 말이 너무도 거창하게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다음의 대화를 살펴보자.
보통의 아이와 부모간에 있을 법한 대화다.
"00아 오늘 학교 어땠어?"
"좋았어."
"뭐가 좋았어?"
"몰라."
나도 이렇게 대화를 시도했던 적이 많다.
아이는 늘 좋았다고 하지만 정작 뭐가 좋았는지 모른다.
급식 메뉴로 바꿔봤지만 김치를 좋아하는 아들은 김치 얘기만 했다.
그래서 질문을 새롭게 바꾸기로 했다.
"00아, 오늘 가장 기뻤던 건 무슨 활동을 할 때야? 오늘 리코더 불었잖아. 그건 괜찮았어?"
"리코더는 어려웠어요."
"무슨 곡이었는데?"
리코더 불었다는 노래도 같이 불러보고 집에 와서 연습도 같이 한다.
주간학습계획표를 미리 숙지하는 것이 좋다.
"00아 오늘 체육관 수업에서는 뭐했어? 혹시 힘들었던 순간은 없었어?"
"오늘 줄넘기 연습 했어요. 쌩쌩이는 아직 힘들어요."
물론 아이는 빨리 팽이를 돌릴 생각에
머리 속이 온통 누구랑 어떤 베이블레이드 조합으로 붙을지만 가득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작전 변경!!!!
"00아 오늘도 베이블레이드 할 거야?"
"네~!!!!"
"런처(팽이 돌릴 떄 사용하는 것)는 아직 괜찮아? 저번에 줄 끊어졌잖아."
"괜찮아요. 그냥 줄 없는 런처로 해도 되고요."
"베이블레이드 대회도 있더라. 거기 나갈 생각이 있어?"
"대회 나가 볼래요!!!"
"혹시 지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뭐 괜찮아요. 게임은 게임일 뿐이니까요~"
*
다시 하브루타로 돌아가자.
하브루타는 두 사람이 짝을 이루어 대화를 이어가는 공부법이다.
결국 핵심은 진정성 있는 대화다.
부모와 함께 일상 이야기를 나누는 이 작은 대화가
좀 더 고차원적인 공부나 사회 문제에 대한 토론을 위한 시작점이다.
눈을 맞추고 아이의 표정을 살피며 진지하게 들어주자.
별 것 아닌 이야기, 쓰잘데 없는 걱정 따위는 없다!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