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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Mar 18. 2024

학부모 총회만 가면 눈물이 난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랬다. 학부모 총회에서 담임 선생님의 공개 수업과 학급 경영 말씀을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 얼마나 애쓰셨을까 고생하셨을 시간을 알아서일까. 감정이입이 되어 그냥 말 한마디 손짓 하나에도 울컥하게 된다.



올해는 나이가 아주 지긋하시진 않지만 부장교사라며 자신을 소개하는 둘째 담임 선생님 말씀에 몇 번이나 눈시울이 붉어졌다.



"예전에는 우리 애들한테 선생님하라고 그랬어요... 이제는 못 그래요... 언젠가 아이들이 그 때 엄마 말 들을 걸~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나는 학교를 떠나온 사람이지만 늘 학교에 정이 많다. 싫어서 떠나온 마음보다 우리 아들들에게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싶고 새로운 일을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나와서인가보다. 그저 친정집 가듯 반가운 곳이 학교이고 언제가도 좋은 곳이기도 하다.



1년만 잘 버텼으면 아이들 학교로 발령받아 같이 다닐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에 이르자 아쉬움도 컸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적당히 하고 적당히 버는 삶이 싫다고 했으면서 이제는 왜 아둥바둥하고 사는 내가 참 싫은거다.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 그냥 애들 보고 건강 챙겨. 좋아하는 책 읽고 즐겁게 써~"



남편 말에 위로를 받다가도 큰 소리 치며 나와서인지 마음이 쪼그라든다. 김승호 회장님이 초반엔 자기도 4시간 자고 20시간 일하던 때가 있었다고 소회를 밝히셨는데... 시스템이라는 게 뭐 그렇게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질 수가 없는건데도 혼자서 조급하다 아프고 만다.



다시 컨디션이 좀 돌아오고 감사하는 마음부터 챙겨본다. 누군가에게 죄송해하지 않고 편하게 학교 행사 참석할 수 있음에, 아직은 몇 년 더 엄마가 필요할 때 함께할 수 있음에, 잘 자라주고 있는 아이들과 기꺼이 응원해주는 남편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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