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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May 10. 2024

아파트 산책길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응원하다

 연휴를 보낸 이튿날 새벽 2시 반, 머리가 깨질 듯 아파 일어났다가 끙끙 거리며 새벽 6시에 일어났다. 남편도 몸이 안 좋은지 통 못 일어나기에 혹시나 지각이라도 할까봐 옆에서 깨우다가 고꾸라지길 반복했다.



 어버이날이라 엄마집까지 걸어가보려고 했는데... 겨우 아이들 등교하는 걸 보고 폼롤러에서 도리도리를 반복하며 걸어갈까 차를 타고 갈까 고민을 거듭했다. 걸어가면 20분? 3300보 남짓한 거리인데 차로는 5분 거리라 한참을 저울질 하다 결국 차 키를 챙겨들고 나섰다.



 친정에 도착하여 둘째가 만들어 온 효도쿠폰을 드렸다.



"재한이가 드리는 거에요~"


"아이고 효도 쿠폰이네~"



 좋아하시는 엄마를 보며 편지라도 하나 써올걸, 머리 아프다는 핑계로 너무 성의 없이 온 것 같아 죄송스러웠다. 마음과 달리 몸은 벌써 마사지기 위벌러덩 나자빠졌다. 어버이날 기념으로 양가에 하나씩 사드린 건데 제법 시원하다. 온열 기능이 있어 노곤노곤... 20분 진하게 안마를 받고 엄마랑 아파트 산책길을 나섰다. 우리 13살 모모 할배 운동 시간이기 때문이다.




"할배~~ 엄청 빨라!!!!"






 요며칠 비가 와서 못나간 탓에 신이 난 할배는 엄마를 요리조리 끌고 다녔다. 덩달아 나도 헉헉 거리며 뒤를 쫓았다. 매일 걷는 곳이라 그런지 자기만의 코스가 생긴 것 같았다. 요리조리 휙휙 잘도 앞장 서 갔다.


 

 "참, 엄마!! 시어머니 며칠전에 산티아고 가셨어."


"어~ 가신다고 했었지~ 잘 도착하셨다나?"


"프랑스에 도착하셨다네요. 다음 날 무슨 산맥을 시작으로 걷기 시작하신대요."


"혼자서 대단하시네~"



 칠순이 되신 시어머니가 아버님도 없이 혼자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셨다. 물론 여행사를 끼고 가는 것이라 완전한 자유여행은 아니지만, 그 곳은 스스로가 걸어내야만 하는 길이기에 보통 여행과는 다르다. 제주도 올레길을 시작으로 국내외 이곳저곳 트레킹을 다니시더니 그 끝판왕으로 산티아고를 도전하신 것이다.



 "아버님은 왜 같이 안가세요?"


 아버님 : "어우 거기 뭐하러~"

 어머님 : "허리가 아프니까..."



 가장 나이가 많다고 걱정을 하며 가셨지만 씩씩하게 잘 해내시리라♡ 이 곳 한국 어디매 산책로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응원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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