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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May 01. 2024

다만 친절하라

"실거주 한 채는 무조건 있어야죠!"


"레버리지는 기본이에요!! 그건 착한 대출이라고요."


열변을 토해봐야 극 안정을 지향하는 사람이나

집값 폭락주의자를 만나면 목만 아플 뿐이다.


한편으로 정치 이야기처럼 재테크 또한 아주 민감한 사안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고 오늘의 나에게 말해본다. 나는 정말 우연찮게 첫 집을 매수하고 운 좋게 갈아타기에 성공했을 뿐이다.


이미 오를만큼 올라버린 집을 고점 대비 몇 프로 떨어진 가격이면 괜찮은 가격이라고 조언을 해 줄 수가 있나? 엄청난 전문가도 아니고 점쟁이도 아닌데... 책임을 지지도 못할 일을 부추기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기분 좋게 오늘의 기쁨을 나누고 말 것을 어쩌다 재테크로 이야기가 흘러버려 마무리가 조금은 어색해지고 말았다. 물론 상대는 아무런 마음이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랬다.


"덕분에 힐링했어요♡♡♡
암쪼록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기만의 삶을 살아요~~
재테트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요!
나답게 사는 게 제일 좋은거 같아요~~
좋아하는 거 하면서 즐겁게 사는게 최고!!!!"


함께했던 사진에 덧붙여 짧은 메세지를 전했다.


"행복하게 잘 지내다가 또 만나요^^

담엔 어디가니 좋더라...

어디가 맛있더라...

이런 얘기해요..ㅋㅋㅋㅋㅋ"


이렇게 답장이 왔다.

어디 놀러다니며 맛난 거 먹으며 사는 삶~~~

과연 그 사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게 될지

가만히 앞 일을 그려보았다.


얼마 전 계약했던 일력을 쓰고

또다른 계약을 기다리고 계신 출판사 대표님께

드릴 목차를 열심히 쓸 것이고

나와 공저를 쓰고 싶어하시는 분과 기획서를 쓰고

성인과 어린이 대상 북클럽을 운영하고

또 어떤 책을 쓸지 어디서 강의를 할지

무슨 책을 읽을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만의 스타일이 생긴다.

옷, 헤어스타일, 인간관계까지도.

그리고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것을 알아간다.

뭘 모를 때는 이거저거 다 입어보며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아헤맨다.


어느순간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시기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지만...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과

내가 좋아하는 옷은 다를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입어야 하는 옷 또한 다른 경우가 많다.


삶 또한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삶은

집을 예쁘게 꾸미고 적당히 차려입은 후

한가로이 책을 읽고 달콤쌉싸롬한 밀크티를 마시며

이런 저런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예쁜 집이 아니라

밥풀이나 먼지 굴러다니지 않는 집이면 족하고

내 책 읽는 시간보다 아들들 책 읽어주고 챙겨주기 바쁘며

힐링하는 글쓰기가 아닌

집필 노동자의 삶을 살고 있다.


물론 이 삶이 싫지는 않다.

나에게 아무리 많은 돈과 시간이 생겨도

마냥 놀지 못하는 인간이 나다.


그런 면에서 <그리스인 조르바>의 조르바가

내 삶에도 꼭 필요한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자유로운 삶이 마냥 신기할 따름이다.


한 때 그런 친구를 동경하며 가까이 지냈던 적이 있다.

결론은?

나는 결코 그런 사람이 될 수 없음을 알게 될 뿐이었다.


재미도 알맹이도 없이 길어진 이 글을 마무리하자면,

결국 각자 입는 옷이 다르듯

각자 살아가는 삶 또한 다르다.


강요할 필요도

비난할 필요도

동경할 필요도 없다.


다만

자기만의 생을 살아갈 뿐이다.


그 사이 필요한 것은

그저 그 삶을 서로 다정하게 바라봐주고

마음 깊이 응원해주면 되지 않알까?




친절하라.
최선을 다해 친절하라.

_<아름다운 아이>, R.J.팔라시오, 4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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