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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Mar 26. 2024

쓰기를 위한 몸

언제나 쓰기를 향한 마음은 충만한데 몸이 따라주지 않은 날이 많다. 허리 디스크, 목 통증으로 이어지는 두통. 유영만 교수님이 매일 읽고 쓰기 위해 눈 뜨자마자 헬스장으로 달려가신다는 말씀이 늘 떠오른다. 알아도 실천하기 참 어려운 게 운동이다. 차라리 출퇴근이라도 하면 어쩔 수 없이 걷고 움직이는 시간이 있는데 지금은 집순이도 이런 집순이가 없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글을 쓰거나 한바탕 늘어져있다.




지난 겨울 초입 필라테스 먹튀 사건 이후 내 몸뚱이는 운동을 잊었다. 겨울 방학에 들어서며 아들들 돌보면서 2권의 책을 마무리 하고 강의를 하며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댔다. 새해를 맞이해 계단을 오르내렸지만 어느새 첫째 혼자 하고 있다. 리스펙. 왜 이렇게 집 밖에 나가는 게 싫을까. 집 베란다에 자전거가 있지만 춥다고 나가지 않고 어쩌다 맘 먹고 걷고 오면 꼭 뒷끝이 안좋다.




체력이 나쁘니 곧잘 지치고 아픈 악순환의 고리. 지난 주말 정점에 달해 누워 있는 내 자신이 짜증스러웠다. 바쁜 와중에 짬을 내 강화도 나들이를 다녀왔다. 4학년 아들과 지난 방학 동안 읽었던 한국사를 떠올리며 고인돌 유적지를 방문했다.





날도 좋고 차도 별로 막히지 않아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아이들도 즐거워했으며 쌈밥을 먹고 건강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 길로 내리 아파 누웠다.



"어휴... 꼭 날 보는 것 같네. 그런 건 대체 왜 닮는건지..."



어제 오전까지 누워있는 나에게 전화를 건 엄마가 하신 말씀이다. 엄마도 꼭 어디 다녀오면 티를 내셨다. 체하거나 두통이 오거나 피로하다는 이유로. 어릴 때 엄마가 안 보이면 안방 침대에서 끙끙대고 계셨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종종 아파 누우시는데 외할머니도 그러셨다하니 이걸 유전병이라고 해야하나...



이젠 진짜 안되겠다 싶어 동네 헬스장을 알아봤다. 자고 일어나니 이것도 돈만 날리는 일이지 싶어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아들들 학교 갈 때 운동화 신고 따라나서야겠다고 다짐한다.




일단 지금!! 아침을 간단히 먹고 씻어야지. 아들들을 깨워 아침을 먹이고 학교에 데려다주자. 그길로 뒷산에 오르는거다. 봄비가 내려 숲내음이 진하게 풍겨오겠지. 개나리도 만발해있을테고. 그 스팟에서 사진을 찍어야겠다. 풍경 말고 나를. 매일 찍어야겠다.



여름이 되면 덕지덕지 붙은 살이 말끔히 정리되길. 무엇보다 아파 눕지 않길. 무슨 일을 해도 단단하게 흔들림 없는 체력이 길러져있길!!! 살기 위해 쓰기 위해, 비가오나 눈이오나!!! 나가서 걷뛰걷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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