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시부모님이 사시는 전원주택 옆 집에 새로운 분이 이사를 오셨다. 근처 아파트에 사는 분인데 세컨하우스로 주말만 오신다고 한다. 오자마자 채소를 한 가득 심으시고 닭을 15마리?! 넘게 키우기 시작하셨단다. 2층으로 된 커다란 닭장과 함께. 서초동 의사라는데 유정란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나 보다. 이후 지인인지 가족인지 주말마다 바베큐 파티가 끊이지 않는다고. 여기까지가 지난 10월 초의 이야기다.
그러던 어느 날,
"닭 필요하세요? 당근에 내놓으려는데 혹시 필요하신가 해서요. 만약 하신다고 하면 14만원어치 사료 사둔 것도 다 드릴게요. 닭장도 그 쪽으로 옮겨드리고요."
그렇게 닭 16마리가 시댁 뒷켠으로 옮겨왔다. 아쉽게도 텃밭에 작물들이 있고 앞으로도 심을 계획이라 닭장의 1/3을 잘라냈다고 하셨다. 갑작스러운 이사와 좁아진 집으로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2마리가 죽어 14마리가 되었다고...
그 닭을 보러 주말에 온 가족이 출동했다. 그런데 두둥. 타이어 경고등이 꺼질 생각을 하지 않는 거다. 얼마 전에도 경고등이 켜지긴 했지만 좀 달리니 경고등이 꺼졌다. 그래서 이번에도 몇 키로 달리면 없어지겠지 했는데 시댁에 도착할 때까지 켜져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내려주고 근처 자동차 정비소를 찾았다. 남편과 기사님이 이야기를 나누고 타이어 공기압을 채우는 동안 무심히 고개를 들어 건너편을 봤는데......
세상에! 이렇게 멋진 문구가 있는거다. 파아란 가을 하늘과 멋드러진 성경 구절! 두근두근.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먹을 것 뿐만 아니라 필요한 것은 그 무엇이든 내어줄 수 있다는 말로 보여서 그 어떤 말보다 다정한 속상임처럼 느껴졌다.
만으로 어떻게 해도 마흔. 내가 앞에 4자를 달다니ㅡ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이 나이에는 좀 더 현명하고 지혜로울 줄 알았는데 여전히 헤맨다.
그래도 오늘을 살아갈 문장들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으니 50에는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나의 40대, 뒤돌아보면 금방일 것 같은 앞자리 4를 소중히 여기며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타이어 경고등 이야기
타이어 경고등은 타이어에 펑크가 나지도 않았고 공기 주입도 했지만 계속해서 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월요일 아침 바람으로 집 근처 정비소에 가서 제대로 점검을 받았다.
"경고등 배터리가 다 되었네요~~~"
결국 배터리를 갈아 끼우고서야 경고등은 정신을 차렸다. 이것도 배터리가 따로 있구나... 아무튼 당분간은 이상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