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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Dec 01. 2021

우리는 민초단!

날 닮은 너

여섯 살 둘째는 민트 초코를 좋아한다.

남편과 첫째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이다.


"아니, 그 치약 맛 나는 게 맛있다고?!"

"응! 아빠랑 형아랑 같은 편, 나랑 엄마랑 같은 편이야."


그렇다.

나는 민초파다.


"치약 맛이라니! 깊고도 달달하면서 쌉싸름하고 산뜻한 맛인데!"


라며 둘째 편을 들어준다.

이게 이토록 맛있는 이유가 뭘까?


내가 제일 처음 베스킨라빈스에 갔을 때를 떠올려봤다.

그때는 아니다.

아빠도 엄마도 메뉴가 낯설어 남들 시키는 거 보며 대충 골라왔다.

민트 초코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그럼 언제지?

기억을 더듬다 보니 나와 열두 살 차이 나는 막내 이모가 떠올랐다.

대학생 이모는 방학이면 우리 집에 와서 내 공부를 봐주기도 하고

시내에 나가서 맛있는 것도 함께 먹었다.




ⓒ jarson, 사진 출처 Unsplash




그 때다.

이모가 민트 초코칩을 맛있게 먹었고, 나도 처음으로 먹어봤다.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맛이었다.


"이모, 이게 맛있어?"

"응. 달기도 하고 상쾌하기도 하잖아~ 치약 맛 나서 싫다는 사람도 있지만. 어때? 이상해?"


나는 이모를 무~척 좋아하는 소녀였다.

이모는 예쁘고 똑똑하고 친절하니까.

그런 이모가 좋아하는 건 나도 다 좋았다.


"치약 맛 안 나는데? 나도 맛있어!!!"


그렇게 나는 민초에 입문했


민트 초코를 맛있게 먹고 있는 여섯 살 아들을 바라본다.

너도 그런 마음이겠구나.

엄마가 좋아하는 건 같이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 말이야.


나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어 하는 고마운 아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해 주는 배려심을 가진 아이.

부모님도 남편도 함께 해주지 않았던 민초단을

선뜻 함께 해주는 여섯 살 아이.


사랑해 아들!

우린 평생 민초단인거다! :)







날 닮은 너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밥부터 찾는
아파도 국에 말아 두 그릇이나 먹는
떡볶이 2인분을 혼자 먹는
먹고 있으면서도 욕심을 내는

날 닮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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