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브항으로 가는길
따로 비행기 표를 끊었기에, 우리는 울란바토르 공항에서 다시 만났다. 새벽에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9일을 함께할 현지인 운전기사·가이드 등과 인사를 나눈다. 가이드 ‘푸제’는 부산대에서 유학 중인 유학생으로 방학마다 고향에서 여행 가이드를 아르바이트로 한다고 한다. 운전기사 ‘바기’는 20대 초반 남자인데, 세계를 제패했던 몽골민족의 후계답게 키도 크고, 체격이 무척 다부지다.
도착하자마자, 소련제 미니버스 <푸르공>에 올라탄다. 우리는 카자흐스탄 근처까지, 울란바토르에서 서쪽으로 수천키로를 이동한다. 카자흐스탄과 붙어 있는 몽골 서부는 자브항이라고 불리는 지역으로 사막과 호수, 초원이 섞인 혼합지대가 끝없이 펼쳐진다. 하지만 몽골 여행객 중 서쪽을 택하는 사람은 7% 남짓이다.
몽골 남부는 고비사막인데, 70%의 여행객은 이 고비사막을 여행지로 택한다. 고비사막의 특수 지형이 정말 아름답다고 한다. 많은 여행객이 찾기 때문에, 숙소나 식사장소가 상당히 쾌적하게 마련되어 있다. 한편 20%의 여행객은 북쪽을 택한다. 바이칼로 이어지는 몽골의 북쪽은, 호수가 많은 툰드라 지대이다. 나머지 3%의 여행객이 만주로 향하는 동부를 택하는데, 여기는 또 초원지대라 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한다.
내가 가본 자브항도 아름답기 그지없는데, 고비사막과 바이칼 호수는 또 얼마나 좋기에 많은 이들이 찾는 걸까. 몽골의 매력은 동서남북 끝이 없다.
공항 이후 잠깐 보인 울란바토르는 아직 발전이 덜된 모습인데, 사회주의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특히, 몽골은 소련의 도움으로 중국으로부터 독립했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원조를 받았기 때문인지 문자도 키릴문자를 기반으로 한 알파벳을 사용하는 등 소련·러시아에 우호적인 분위기이다.
하루 종일 쉼 없이 달린다. 엔진 소음과 기어 바꾸는 소리 속에서 피곤한 우리 팀은 잠을 청한다. 점심을 먹고 나서야 힘이 난 우리는 차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노래도 부르고, 왁자지껄 웃고 떠들며 이동을 계속한다.
중간 기착지 체제를렉에서 숙박을 하고, 또 다시 목적지 자브항 하르 호수를 향해 떠난다. 우리는 중간기착지에 도착할 때마다 마트에 들려, 먹을거리를 조달했다. 물가가 저렴해서, 술과 과자·과일 등 주전부리를 원 없이 샀다. 승차감이 엉망인 소련제 푸르공에서,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달리며 마시는 징기스칸 보드카는 낭만 그 자체이다. 특히 우리 팀 멤버 중 나와 지완 형님, 지은씨는 푸르공 술파티의 세 주역으로 술에 취하고 낭만에 취해, 푸르공을 술집으로 만든 동지들이다.
우리팀은 차를 두 대를 이용했는데, 한 대는 낭만의 푸르공, 그리고 나머지 한 대는 도요타 델리카이다. 각각 5명, 4명이 돌아가면서 탔는데, 푸르공에 타다가 델리카 앞자리나 두 번째 칸에 타면 너무 편해서 당시 국내 최고 세단인 에쿠스가 부럽지 않았다. (타본 적은 없다.)
한편, 몽골의 음식은 양고기가 많았는데, 한국에서 먹는 양고기와 달리 잡내가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아, 한국인이 먹기에는 약간 어려움이 있다. 또 요구르트처럼 마시는 양젖도 비린내 때문에 쉽게 손이 가지는 않았다. 나는 김치찌개 등 한국식 음식이 나올 때 포식했다.
자브항을 향해 가는 여정에서 차만 타면 지루하기에 (나는 술 먹고 웃고 떠들고 노래 부르느라 재밌었지만, 일반적으로) 중간 중간 낙타를 타는 체험도 하고, 촐로트강 계곡, 기암괴석 지대 등 풍광이 좋은 곳에서 사진도 찍고 휴식을 취하며 여정을 이어갔다.
터승쳉겔 마을을 거쳐 여행의 세 번째 밤에 우리는 자브항 하르 호수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