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의 몽골 여행 ④

자브항의 별과 호수

by 서초패왕

자브항까지 오고 나니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서쪽으로 달려오며 서서히 사람과 차가 없어지긴 했다. 언제부턴가 도로가 아닌 오프로드를 달리고 있긴 했다. 그래도 그렇지, 자브항에 오니 정말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끝없이 펼쳐진 땅에 우리 팀과 양떼 밖에 없었다.


숙소에 도착한 밤, 나는 술을 너무 마셔서 술병에 걸리고 말았다. 몸에서 열이 났고 탈이나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다. 그런데 내가 아파 누워있는 게르 밖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지완이 형님이 별자리 강의를 시작한 것이다. 아프니 별자리고 뭐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누워있다가 별자리 수업이 끝날 때쯤, 다시 화장실을 가는데, 지수씨가 내 어깨를 두드린다. 저기를 좀 보란다.


'와! 이렇게 또렷하고 크게 <북두칠성>을 볼 수 있다니.' 목을 들어 하늘을 보니 별이 쏟아진다. 어느새 아픈 것도 잊어버렸다. 이 날의 북두칠성과 쏟아지듯 내리는 별들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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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마친 지완 형님께 별자리들을 물어본다. 오리온자리, 카시오피아, 쌍둥이자리, 책에서만 보던 별을 여기서 다 보는구나 싶다. 한국에서 별을 본게 언제였더라. 서울에서는 아주 어릴 때부터 별을 못 본지 오래였던 것 같다. 초등학교 다닐 때, 아빠와 지리산에 갔었는데, 그때는 별이 꽤 많았던 것 같다. 그 이후 별 자체를 본게 오랜만인데, 이렇게 많이 볼 수 있다니 놀라울 지경이다.


다음날부터 우리는 본격적으로 자브항의 풍광을 즐겼다. 호수와 초원과 사막이 어우러져 있다니 정말이다. 하르 호수 근처에 자연히 구성된 사구가 있는데 여기서 썰매타고 호수에 풍덩 빠지는 것이다.


높이도 꽤 높았고 호수도 꽤 깊어보였다. 그래도 호수에 빠졌다가 다시 또 썰매를 끌고 올라가 다시 호수에 빠진다. 젖기 싫긴 했는데, 해군 출신이 호수를 두려워하는 모양새가 되어가자 호기롭게 썰매를 타고 호수로 들어갔는데, 아쉽게도 허우적대다가 나왔다. 아무래도 배를 타지 않아서 그런지 해군이라고 해도 수영이 익숙지가 않다. 우리 팀에서 지우 대장은 끝까지 호수에 안 들어갔는데, 나중에 아쉬웠다고 ‘한 번은 탈걸’하며 후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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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남자방 게르에 모여 술 먹고 놀기도 하고, 보드게임을 했다. 9명이 다 할 수 있는 간단한 게임위주로 했는데, 별로 머리 쓰는 게임도 아니고 간단한데도 당시에 어찌나 재미있던지 ‘평생 보드게임만 해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수많은 별을 밖에 두고, 우리 밖에 없는 이곳에서 귤을 까먹으며 즐겼던 게르와 보드게임이 참 기억에 남는다.


자브항에 머물던 어느 날은 우리 팀의 운전 기사님이 몽골 전통복장을 빌려줘서 입어본 적이 있는데, 두툼하고 따뜻해서 몽골의 겨울에도 끄떡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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