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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초패왕 Oct 23. 2024

민주당 사무처와 국민의힘 사무처 ②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대한민국의 정당이지만, 적대적인 관계를 수십 년째 유지하며 성장하였기에, 조직문화에서부터 사용하는 언어까지 완전히 다르다.      


이 두 정당 사무처의 적대성은 삼성이나 LG 등 일반적인 회사의 라이벌 관계와는 비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두 정당 사무처 직원은 상대 정당이 선거에 지고 망해야, 내 생활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인간적인 교류가 쉽지 않다. 이러한 경향은 직급이 오르고 연차가 쌓여 각 정당 분위기에 물들어 갈수록 심해진다.     


모 정당 직원은, 국회와 그 주변에서 7년간 일하면서 상대 정당 직원을 한명도 본적이 없다며, 상대 정당의 직원이 ‘도깨비’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고 고백을 한 적도 있다. 이 ‘도깨비’라는 단어는 과거 한국 사람들이, 북한 사람에 대해 생각할 때 쓰던 단어 아닌가?     


남북이 같은 뜻을 가진 언어도 세월이 가면서 다르게 쓰게 되는 언어 분화 현상을 겪고 있듯이, 두 정당은 같은 뜻을 가진 단어를 다르게 쓰는 경우가 많다.     


첫째는 당원의 명칭이다. 각 정당은 열렬히 활동하는 소위 ‘진성 당원’을 일반 당원과 구분해서 부른다. 1년 동안 6개월 이상 소정의 당비를 낸 당원을 민주당에서는 <권리 당원>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지금까지 <책임당원>이라고 불러왔으며, 조만간 <열정당원(가칭)>등으로 변경 가능성이 있다.      


진보 진영이 개인의 당과 국가에 대한 권리를 강조해왔고, 보수 진영이 개인이 집단에 해야 할 책임 등 집단을 강조해 왔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언어사용이며, 흥미로운 지점이다.     


둘째, 각 지역에서 기초가 되는 위원회의 명칭이 다르다. 민주당에서 지역 말단 조직을 뜻하는 용어는 <지역위원회>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지역 말단 조직을 <당원협의회>라고 부른다.      


민주당에서는 각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면, 국민의힘에서는 당원간의 협의체라는 특징에 방점을 찍은 듯하다.     


셋째, 의결 기구 및 위원회의 명칭 역시 차이가 있다. 전당대회 수임기구를 민주당에서는 <중앙위원회>라고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전국위원회>라고 칭한다. 최고위원회 상위의 의결기구 명칭 또한 다르다. 민주당의 <당무위원회>에는 국민의힘 <상임 전국위원회>가 해당한다.     


민주당에서 <전국위원회>는 여성·청년·노인 등, 계층별·부문별 당원조직을 포괄하는 10개의 위원회를 뜻하는데, 국민의힘은 같은 조직을 <상설위원회>라고 부른다.     


이렇듯 명칭이 다르니, 같은 역할을 하는 기구라 하더라도, 구성과 기능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단어안에 내재된 가치 또는, 함의는 더욱이나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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