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민주화 이래, 두 개의 정당 계열만이 대한민국의 정권을 차지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근래 제3의 정당의 가능성이 점점 작아지는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사실상 양당제 국가로 보는 것이 옳을 듯싶다. 양당 중 하나는 국민의힘 등 보수 계열 정당이며, 다른 하나는 민주당 계열 중도 정당이다. (개개인의 시각의 따라서는 민주 진보 정당으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랜 전통을 가진, 이들 두 정당 사무처를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롭다.
우선, 사무처 구성원들을 비교하도록 하겠다.
국민의힘 사무처는 오랜 역사와 단단한 공채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공채 문화는 60-70년대 민주정의당을 이끌었던, 김종필 총재시절 실시한 공채를 그 뿌리로 둔다. 김종필씨는 이미 국가정보원을 창립하면서 공채를 실시해, 그 결과 우수 인재 영입에 성공해 조직을 크게 성장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정부-정당 사이 원활한 업무를 추진하려면, 정당에도 우수요원을 입직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김종필씨는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60년대 박정희 정부부터 민주화 이후까지 30여년 민정당을 비롯한 보수정당은 유일한 국가의 수권정당이었기 때문에, 보수정당 사무처 직원은 사실상 공무원으로 대접을 받았고, 정당과 정부와의 인적교류도 풍부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성공을 원하는 명문대학 출신의 우수인재들이 공채시험을 통해 국민의힘 계열 보수정당에 계속적으로 유입되었다.
이런 오랜 공채 문화는 실력 있는 사무처의 원동력이었고, 전문성과 역량에서 민주당에 비해 비교 우위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오랜 공채 문화는 사무처의 경직성을 가져올 수 있다. 국민의힘 내 공채 출신과 비공채 출신 직원간의 처우 차이는 현격하다.
국민의힘 사무처 조직은 9급 간의 직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대졸 공채 직원은 5급 과장직에서 시작하지만, 비공채 직원은 9급 간사직에서부터 시작한다. 합당이나 시·도당 전입, 계약직 전환 등을 통한 입직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간사가 아니면 아무리 높아도 대리 직급을 부여받는다.
공채 출신으로 구성된 노조가 중심을 잡고 있어, 어떠한 경우에도 공채 출신자의 이해관계를 침범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능력 있는 간사 출신도 공채출신을 넘어 조직에서 승진·출세하기가 어려운 구조이다.
반면, 민주당 사무처는 국민의힘보다 공채 역사가 짧다. 직원들의 입직경로도 매우 다양하며, 실력이 있으면 학력과 공채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승진하고 출세할 수 있다. 과거 민주당계 정당은 사실 사무처의 개념 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정당은 여차하면 풍비박살이 날 수 있는 불안정한 존재였기 때문에 이곳에서 고정된 사무실을 두고, 상근 직원을 채용한 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단지, 신념으로 뭉쳐진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하며,‘봉사 동아리’처럼 당 사무를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80년대 말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열망 하나로 들어온 동교동계 실무진들과 대학교 운동권 출신 졸업생들이 정당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직장인이 아닌,‘활동가’였다. 급여가 아닌 소정의 활동비가 지급되었다.
이후 급여가 지급되기 시작한 이후에도, 민주당계 정당은 합당과 분열 등이 반복되었고, 대졸 운동권 출신·공채 출신·초대졸 미만 비서 출신·시도당 출신, 민주당 출신·열린우리당 출신·기타 합당 출신 등 각종 계파와 다양한 입직 경로를 가진 사람들이 어우러진 집단이 되었다.
이러한 민주당계 정당 사무처는 조직 구성의 통일성을 갖추지는 못했으나, 매우 유연한 문화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누구든 (정치적) 실력만 있으면 승진할 수 있었고, 수직적인 상하 복종 문화도 만들어지기 힘들었다.
한편, 승진과 포상에 대해 살펴보자면, 국민의힘의 승진과 출세는 연공서열에 의한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민주당은 상당한 경우, 부분 후원관계 내지는, 정치적 이해관계 형성이 승진과 출세에 영향을 미쳤다.
즉, 국민의힘 사무처가 안온하지만 경직된 공무원 조직에 가깝다면, 민주당 사무처는 유연하지만, 정치 원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 보다 정치적인 조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무처 직원 사이의 급여와 처우 역시 많은 차이가 있으나, 민감한 주제이기에 이곳에서는 생략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