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당은 아무리 조직국을 통해 지역의 상황을 보고 받는다 할지라도, 세세한 지역위원회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중앙당 사무처 당직자들을 파견하여 조직감사를 진행한다. 또한 지역위원장(당협위원장) 선출이나 총선 후보자 공천을 진행하며, 각 후보자의 실제 평이 어떤지 세평 및 지역 상황 조사를 실시한다.
민주당은 호남이 본거지니 만큼, 호남지역으로 조직 감사나 지역 조사를 가는 경우 할 일이 많다. 민주당 지역위원장 선출 또는 공천이 국회의원 선출로 곧바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에, 많은 사람이 경쟁한다. 이해 관계가 이중·삼중으로 엮여있고, 갈등 구조도 복잡하다.
호남 지역 조직감사 보고서나 세평 보고서는 예민하다. 해당 보고서가 공천이나 당직 선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고서 작성자들도 조심스럽다.
반면, 같은 목적을 띄고, 영남 지역 출장을 가는 경우,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민주당 당직이나 공천이 공직 선출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당원들의 갈등은 커녕, 나서려는 사람조차 없어, 감사가 아닌, 오히려 인재 발굴 업무을 진행해야 할 때도 많다.
호남 사람들은 먹을 것에 진심이다. 호남에 출장가면 저렴한 가격에 서울에서 보기 힘든 진귀한 음식들을 실컷 먹을 수 있다. 여름의 하모(갯장어), 가을의 전어, 겨울의 새조개, 금어기를 피한 홍어, 병어 등 지대물박한 곳이니 먹을 것이 풍족하다.
영남 출장자는 호남에 비해 심적으로 편안하다. 비록 인재 발굴이라는 업무까지 맡게 되다보니, 호남에 비해 일이 적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보고서로 원수질 일이 없기 때문에라도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영남에 출장간 사무처 당직자는 영 입맛이 맞지 않는다. 호남 외 지역 출신자라 해도, 이미 입맛은 호남화 되었기 때문일 터다. 호남 사람들이 다수이니 만큼, 다양한 호남 음식을 이미 서울에서도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호남사람들은 음식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A국장님은 영남 출장에 와서, (잘만 드셔 놓고는) 어느 식당에 가더라도, “맛 없어서 못 먹겠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이었다. 마지막 날에는 <수요미식회>에 나온 유명한 식당에 갔는데, 맛없다는 소리는 않고, “여긴 개 중 낫네.”라고 하더니 또 한마디를 붙인다. “그래도 이 정도 식당은 목포에 널리고 널렸어.”
사실 영남에도 맛있는 음식이 한 가득이다. 돔베고기(상어고기), 문어 숙회, 멸치 등등. 서해안에서는 안잡히는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들이다. 하지만 또다른 B국장님도 말을 얹는다. “영남에도 먹을 건 많지. 하지만 재료의 신선함을 생명으로 하지”즉, 사람 손맛이 가해진 음식은 잘 못 먹겠다는 뜻이다.
호남에 출장 온 국민의힘 당직자들도 같은 마음일까. 아님 그들에게도 호남 음식은 영 익숙하지 않은 음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