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대란이 해를 넘길 기세다. 올해 2월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 확충을 비롯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발표하자, 정책에 대해 반발하는 의사와 의대생이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의대생은 동맹 휴학을 이어가는 한편, 국가고시를 거부했고, 전공의들은 병원과 환자를 떠났다.
정부의 정책은 큰 틀에서 문제가 있지 않다. OECD 국가 대비 의사수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고,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보다 피부미용 의사들에게 의료 수익이 집중되는 것은 사회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부가 잘못한 것은, 급진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정책을 시행하며, 당사자들과 충분한 소통을 사전에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양’갖은 이유를 들며 집단행동을 정당화하려 노력하지만, 본질이 <밥그릇 수호>라는 것을 깨닫기는 어렵지 않다. 그들이 정말로 ‘국민 건강과 국가의 보건 의료 정책’을 위하는 사람들이라면,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뺑뺑이 돌다 사망하는 환자들을 외면할 리 없기 때문이다.
지방에서는 의사를 구할 수가 없어 의사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경남 산청군 보건소 의사를 구하지 못해 계속해서 연봉을 올리다가, 80대 노인 의사와 연봉 4억 원에 근로계약을 채결했다. 이 나라에 80세에도 4억 연봉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은 <의사>밖에 없다.
의사들은 강남을 중심으로 한 피부·미용에 밀집되어 돈을 벌고 있다. 간단한 미용 시술조차 ‘의사만’할 수 있기 때문에, 땅집고 헤엄치듯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 면허만 취득한 20대 일반의들이 월급으로 1500만원 씩 받으며 미용 주사를 놔주고 있다. 동네마다 피부 미용을 하는‘OO의원’에서, 이들 20대 젊은 의사들을 얼마든지 만나 볼 수 있다.
특정 라이센스에 대한 과도한 보상은, 인력과 투자가 한 분야에 집중되고, 일반 근로 소득자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등 凡사회적인 손실로 귀결된다. 의대 입시 광풍과 일반인의 의사 질시가 그 예시일 것이다.
공급이 증가하면, 서비스 비용이 내려가고, 새로운 수요처를 찾아 공급이 이동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의사는 공급이 완전히 정체되었고, 필수의료·지방의료는 붕괴직전이고, 강남의 피부과에만 의사가 넘쳐난다.
정부의 정책에는 필수의료·지방의료에 대한 공급이 촉진될 수 있는 유인책도 들어가 있다. 또한 과도한 미용의료 수익에 대한 개선책도 담고 있다.
지난 정부 역시 의사 공급을 확대 정책 시행을 시도했으나, 의사들의 실력행사에 막혀, 곧바로 정책이 폐기된 바 있다. 환자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쥐고 있기 때문에 의사의 집단 행동은 다른 직역은 엄두도 내지 못할 힘이 있다.
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정시모집까지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의대 정원 전면 백지화’를 외치는 전공의·의대생들의 무리한 주장은, 이들의 관심사가 <밥 그릇>에만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면이다.
지금 받는 연봉 4억이, 이후 3억 원이 된다고 그들이 누리는 삶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고령화 추이를 고려한다면, 의사수가 늘어나더라도 의사의 소득 수준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지금의 의사수를 유지하자는 주장은 정부와 국민은 납득할 수 있는 주장이 아니다. 나라가 망해도 의사들만 살겠다는 주장과 다름이 아니다.
다수의 조용한 국민은 이번 사태로 의사·의대생의 이기주의를 목도하고 명확히 인지하게 되었다. 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심각한 의료상황에서 피해보는 환자들을 걱정해서이지, 그들의 주장에 동조해서가 아니다.
각종 실정으로 나날이 지지율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현 정부지만, 지금 추진하고 있는 의료 정책의 방향은 옳다는 판단이다. 지금의 4대 정책 패키지에 더해 간단한 피부시술 등은 간호사도 실시할 수 있게 하여, 피부 미용 분야 공급을 확대하고 비용은 낮춰야한다. 또한 지방·필수 의료 수가 인상 외에, 기타 근무 혜택을 추가로 더해 의료의 본질을 정책으로 구현해야 한다.
다만, 당사자인 의사와 소통하며 점진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야만 원활한 정책시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제는 정부가 깨달았으면 한다.
의사가 존중받는 이유는, 생명을 구하기 때문이다. 돈 때문에 환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의사들은 더 이상 의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