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선생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이로서 한강씨는 한국인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며, 아시아 최초의 노벨 문학상 여성 수상자가 되었다. 한 개인의 명예를 넘어, 국가와 민족의 위상을 드높인 쾌거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일대 사건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거사이다.
한강 선생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소설가 개인 역량으로만 일궈진 성과는 아닐 것이다. 세계적으로 높아진 대한민국 문화의 위상에, 번역자의 정성스런 번역이 더해진 결과이다. 즉 시대와 운이 더해졌다.
스웨덴 한림원은 선정 이유로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한 면을 강력하고 명료한 문체로 표현했다’고 발표했다. 수도승처럼 고고히 비극적 시대와 생존의 기로에 선 연약한 개인에게 천착한 그녀의 작품 세계는 실로 놀라운 것이지만, 그녀의 소설보다 박경리 선생의 <토지>가, 이청춘 선생의 <당신들의 천국>이,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보다 못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들의 문학은 한강 선생의 그것에 비해 세계적으로 덜 알려졌을 뿐이다. 그들이 한창 활동할 당시, 한국 문화는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실력 있는 번역가들이 주목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한강씨의 노벨문학상은, 그들의 켜켜이 쌓아 올린 한국 문학의 금자탑들이 더해진 결과물이다. 즉, 한강 선생은 시운이 맞아 떨어져, 그들 모두를 대표하여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셈이다.
한국이 괜히 세계의 유행을 선도하는 국가가 아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인들은 한강 선생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다음 날 아침, 서점 앞에 소위 ‘오픈 런’을 하며 그녀가 집필한 소설을 구입했다. 자그마치 아침에만 13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그녀의 책을 출판했던 창비, 문지, 문학동네 등 출판 회사들의 주식은 10일 아침 모두 상한가를 쳤다.
한강 선생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소설가 한강>에게만 관심이 집중되는 1회성 사건으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교적 덜 알려져 있던 기라성 같은 한국 소설가들의 작품을 전 세계에 보급하고, 우리부터 한 권씩이라도 우리 문학을 읽는 문화가 정착되어, 고사 직전인 <한국 문학>이 부흥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마지 않는다.
※ 한강 선생의 출신지와 그녀가 소설에서 천착한 사건들만을 가지고, 그녀의 정치적 신념을 함부로 유추하고, 편 가르기 하는 기가 막힌 수준의 인터넷 글들을 보았다.
<기생충>으로 대표되는 한국 영화, <오징어 게임>으로 대표되는 한국 드라마, <채식주의자>로 대표되는 한국 문학 등 나날이 높아져가는 한국의 위상과 별개로, 한국인 개개인의 문화 자본 수준은 나날이 저열해지고 있다. 고고한 수준의 문학 앞에서 지역감정·색깔론을 들이미는 황폐화된 한국인의 영혼 뒤에는 그들을 그렇게 만든 더욱 조악하고 저질스러운 수준의 ‘한국 정치인’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