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대한민국의 모든 이슈를 잠식하기 전, 대중의 최대 관심사는 넷플릭스 예능 <흑백 요리사>였다. 대중의 관심을 ‘누가 우승을 차지할 것’인가 보다, ‘어떤 대결을 치를지’에 집중시켰다는 점에서 <흑백 요리사>는 경연 예능의 기획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아닌 게 아니라, 흑백 요리사가 선보인 대결들은 개인의 호오를 떠나 시청자의 격한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안대 시식’·‘두부 무한 지옥’등의 대결은 신선했고, 대중의 좋은 평가를 받기 충분한 기획이었다.
초기에 ‘요리 대결’ 자체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한 사람이 유독 돋보였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리’ 셰프가 바로 그 사람이다. 이미 그의 명성은 한국에까지 널리 알려져 있었다. ‘아이언 셰프 우승자’, ‘백악관 국빈 만찬 셰프’. 하지만 진짜 실력은 과연 어떨까.
팀 대항전에서 팀원 구성을 보고, 30년 고기 전문가면서도, 해산물 팀으로 이동하는 ‘처세술’. 그리고 최고의 실력자면서도 팀원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인격’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는 준결승에서 ‘요리 신선’의 경지에 오른 것 같은 천재적인 면모로, 본인의 이름이 허명이 아니라 진짜 실력이었음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심지어 최종 대결에서는 한국 이름과 스토리까지 공개하며, <흑백 요리사>의 해석을 풍부하게 해주었다.
이미 SNS를 중심으로, 그가 왜 흑백 요리사의 眞 주인공인지, 하나의 코스로 해석되는 그의 전 대결 요리가 계획된 것인 지, <에드워드 리>에게 각종 서사가 부여되고 있다.
대중은 그의 요리 실력과 인성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정말 주목해야할 점은 그의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그의 요리에는 풍부한 서사가 있다. 풍부한 이야기를 들으니, 요리도 한층 맛있어 보인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겪은 각종 고생담을 들으면, 그의 요리를 맛없게 먹을 수 가 없는 것이다.
일찍이 영화 <방자전>에서 한 내시가 말했듯, 실력과 인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풀어내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에드워드 리는 실력과 인성에 더해, 스토리텔링을 갖췄다. 대중이 서사를 부여하게 하더니, <흑백 요리사>를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프로로 만들어버렸다. 그는 요리의 천재이기도 하지만, 탁월한 이야기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