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2025

[단상] 내란성 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에 대하여

by 서초패왕

12월, 보통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해를 준비하는 해의 마지막 달이다. 그러나 침잠하며 자기 성찰의 시간을 보낼 시기에, 우리 국민은 계엄과 탄핵이라는 엄청난 일을 겪었다. 두 사건은 단 9일 만에 일어난 것으로, 이를 기화로 우리 사회에 성숙한 토론과 상생의 모습은 완전히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그 자리에는 다시 무질서한 혐오와 비이성적 분노만이 남아있다.


언론은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불법적 계엄 선포와 내란 혐의에만 주목하지만, 그만큼 주목해야할 사안이 있다. <대통령의 거짓말>이 그것이다. 대통령은 계엄을 해제하며, 또 탄핵 표결을 전후한 담화에서, 국회에 계엄군을 보낸 행위는 정치권에 대한 <경고성>이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 봉쇄와 관련된 명령을 받은 군·경·국정원의 수뇌부의 주장은 완전히 다르다. 국회의장·여야 지도부 등 구체적인 체포 대상자가 있고, 계엄 해제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방해하라는 명령이 있었다는 것이 그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군·경·국정원 수뇌부는 동일한 주장을 이어가는데, 대통령 혼자 그들의 주장을 반박하지 않은 채 <경고성>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대통령은 재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의심받기 충분하다.


계엄령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대통령은 자못 당당하다. 하지만 정치인 불법 체포와 국회 무력화 시도에 대한 거짓말은 대통령의 발언을 옹색하게 만든다. 대통령이 끝까지 당당하고 싶다면, 해당 주장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할 것이다.


물론, 체포와 감금 등을 실제 본인이 지시했다고 한다면 이는 내란을 자백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비헌법적·불법적 계엄이라는 비가역적인 돌발행동을 저지른 대통령이다. ‘친위 쿠데타’라는 엄청난 짓을 벌인, 대통령이 거짓말까지 하며 끝까지 자기를 변호하는 구차한 모습은 추함을 넘어 국가적인 수치이다.


정치권은 계엄과 탄핵을 본인들의 정치적인 이득을 위해 활용하지 않길 바란다. 이미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치 무관심과 정치 혐오를 넘어, 정치 포기 상태에 도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계엄과 탄핵이 정치의 성숙과 발전, 그리고 사회의 진보를 위한 동력이 되지 못한다면, 한국정치는 완전히 구제 불능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탄핵의 예후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야당 대표는 내홍을 거듭하는 여당을 겨냥해 ‘더 큰 내란이 진행 중’이라며 선동성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내란이라는 단어를 사용할수록 야권에는 이득이겠지만, 듣는 국민은 괴롭고 불안하다. 과연 책임 있는 정치인이 할 언동인지 의문스럽다.


정권 연장을 위해 자당 출신 대통령에 탄핵을 당론으로 거부하다, 내홍에 휩싸인 여권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넘어 상생하고 국민을 위로하는 큰 그릇의 정치인은 찾을 수가 없다. 몇몇 정치인을 중심으로 파를 갈라 싸우는 양극단의 대중의 모습에도 신물이 난다. 계엄과 탄핵이라는 극단적 상황 속에서 상식인이 설 자리는 더 좁아졌다. 한국의 올해 12월은 침잠의 계절이 아닌, 혐오와 혼란의 계절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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