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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유의 하루 Sep 14. 2023

두 집 살림 성공의 요인

어쩌다 속초살이 생활을 정리하며 배우다

2020년쯤이었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 열풍이 불었지요. ‘세컨드하우스’  말 그대로 두 번째 집, 주로 관광지 지역 주변의 집 수요가 증가했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을 뒤덮은 미세먼지 농도와 함께 말입니다. 저희 부부는 친구네 세컨드하우스 방문을 계기로 속초에 세컨드하우스를 얻었습니다. 속초를 선택한 이유는 명쾌했습니다. 미세먼지 앱에 파란색 미소가 저희 부부를 유혹했습니다. 서쪽에서 불어온 먼지바람은 태백산맥을 넘지 못하고, 북동쪽에서 부는 바람이 실시간으로 먼지를 날려 보냈던 것입니다.


그 무렵 제가 암 수술을 받고 자연과 가까운 곳이 절실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년간 격주로 속초를 향해 떠났습니다. 어쩌다 속초에서 두 집 살림을 누리며 매일의 행복 룰렛을 당겼습니다. 속초에서 뜨거운 여름을 세 번 보내니 임대 계약기간이 끝났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살림살이를 챙겨 돌아왔습니다. 서울 하늘을 보며 두 집 살림 성공 요인을 분석해 봅니다. 창밖으로는 미세먼지 필터 처리를 한 듯 희미하고 아련한 풍경입니다. 속초를 그리워하는 제 마음을 그린 듯 말입니다.




들어갈 때가 중요하


“세컨드하우스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요?”


첫째도 접근성, 둘째도 셋째도 접근성입니다. 강원도 중에서도 속초시를 선택한 가장 첫 번째 요인은 서울에서 접근하기 편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강변도로를 따라 고속도로만 올라타고 ‘오빠 밟아!’를 외치면 도착할 수 있는 지역이니까요. 접근성이 떨어진다면 한 번 떠나는 것이 큰일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거주지 임대 기간 최대한 자주 누리며 본전을 뽑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속초 집에서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대중교통 접근성도 고려했습니다. 먼지 쌓인 면허증을 차마 꺼내지 못한 아내, 저 때문입니다. 운전을 못하는 제게도 기회는 공평해야 했습니다. 누구든지 홀로 떠날 수 있을 때, 떠나고 싶을 때 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덕분에 남편 일정과 능력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나 홀로 버스를 타고 떠났던 기억은 서너 차례에 불과했습니다. 혼자서도 속초로 떠날 수 있는 자유의 도시를 다녀온 경험은 강렬하게 남았습니다.


1. 접근성 (서울에서 속초까지)

2. 접근성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속초 집까지)

3. 접근성 (마트, 운동 시설, 자연)


그다음으로는 세컨드하우스의 특성상 생활 시설 인프라가 중요합니다. 머무는 기간은 금토일 2박 3일 내외로 짧을 때가 많지만, 여행은 아닙니다. 우리는 속초에 살아보러 왔습니다. 어쩌면 평생 살 곳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곳에서의 삶을 제대로 느껴보고자 주변 환경을 먼저 꼼꼼히 따져보았습니다. 먹고 나면 움직여야지요. 집 근처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산과 바다 같은 자연이 가깝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덕분에 집에서 떠나왔는데 마치 다시 집에 온 것 같은 이상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도서관이, 카페가, 종교시설이 더 중요할 수 있겠습니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하나만 꼽아본다면 무엇인가요? 내게 가장 중요한 목록을 뽑아 우선순위를 살펴본다면 두 집 살림에서 당겨 쓰는 내일의 행복은 배가 될 것입니다. 세컨드하우스를 구할 때 참고하면 좋은 팁을 하단에 남겨두겠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살아봐야 느낄 수 있는 것


아침저녁 해가 뜨고 질 때면 속초는 도시 전체가 미술관이었습니다. 매일 똑같고도 다른 풍경을 카메라로 담아 지인들과 나누기가 일상이었습니다. 조금만 걸어나가면 바다와 호수가 있고, 버스를 타고 30분가량 달리면 설악산이 있고, 상쾌한 공기는 어디에서든 맡을 수 있었습니다. 치유의 하루가 쌓이고 쌓여 어느새 임대차 계약 종료일이 가까워졌습니다.




“치유님, 얼굴이 참 좋아 보여요!”


의례 하는 칭찬의 말로 들었다가 거울을 보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릿빛 얼굴에 광대뼈 주변으로 진해진 주근깨까지 하나하나 전부 반짝였습니다. 자연이 주는 치유의 에너지가 다시 투영되어 나오는 것이었을까요. 하나 분명한 것은 온전히 충전된 느낌입니다. 아주 작게는 달려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이고, 해보고 싶은 일이 떠오르고, 하나씩 시도해보고 있는 모습이 증거입니다. 여행이었어도 같았을까 자문해 봅니다. 매번 숙소를 구하고, 짐을 챙기고,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을 맞추는데 에너지를 썼겠습니다. 숙소 내 취사 제한에 매끼 외식에 의존해야 한다면 한두 번 여행으로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가본 곳을 뭐 하러 또 가느냐며 자신을 스스로 회유했을 것도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세컨드하우스의 삶은 때로는 여행 같지만, 여행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언제든 시간만 허락한다면 몸과 마음 가볍게 떠날 수 있는 축복이니 말입니다. 임대차 연장 계약 여부를 고민할 정도로 속초는 고맙고 멋진 곳이었습니다. 해보고 싶은 일들을 이루고 다시 돌아올 그날을 상상해 봅니다.




들어갈 때보다 나갈 때가 더 중요하다


속초살이 마지막 여정은 보증금 회수 및 이사였습니다. 떠나기 두 달 전쯤 집주인에게 임대차 계약종료 의사를 전했습니다. 속초살이 중 가장 협조적인 태도가 필요하고 간절한 시간입니다. 때마침 제가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속초에 온전히 머무를 수 있었습니다. 부동산 중개인과 연락을 주고받고, 집안을 깔끔히 치워 두고, 제시간에 문을 열어주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한동안 연락이 없어 ‘만약에' 회로를 돌리기도 했습니다. 계약 당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보증금을 최소로 낮추기를 잘했구나 싶었습니다. 다행히도 두 번째 차례에 다음 세입자를 만났습니다. 이 정도면 환상의 협업관계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삿날 남편은 이삿짐을 옮기는 일에 집중합니다. 저는 중간관리비 정산명세서와 열쇠 꾸러미 가방을 챙깁니다. 큰 가전과 가구가 빠져나간 자리는 정전기 청소기로 먼지만 쓱쓱 닦아냅니다. 주방 싱크대거름망을 물로 씻어 건조대에 살포시 올려둡니다. 광을 낼 필요는 없습니다. 싱크대거름망을 본 집주인은 얼굴에 미소를 감추지 못합니다. 더는 집안을 살펴볼 생각도 없어 보입니다. 부부미션 끝, 보증금은 다시 우리의 것입니다.




다시 세컨드하우스를 구한다면 딱 하나만 바꾸렵니


세컨드하우스는 말 그대로 두 집 살림입니다. 살림살이와 더불어 가계생활비가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마음에 들었던 집이 빈집이어서 가구부터 가전제품, 주방용품, 침구류까지 직접 챙겨야 했습니다.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고 조심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다만, 집을 정리할 무렵에는 장점은 온데간데없고 번거로움만 남았습니다. 이사 일정도 맞추어야 했기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우리 부부는 다음번 세컨드하우스가 있다면 무조건 풀옵션이라고 약속한 듯 합창했습니다. 가계생활비는 사전에 예상한 범주와 같았습니다. 보증금을 낮춰서 월세 부담이 높았지만, 여전히 잘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지난 2년간 생활비만 보면 손해로 보입니다. 아직 자연에서 얻은 에너지를 돈으로 환산하여 입력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속초, 두 집 살림으로 어쩌면 이미 부자가 된 것이 아닐는지요.

                     




부록. 세컨드하우스를 구할 때


동네 탐방 여행을 떠난다


인터넷상에 정보가 많다 해도 온라인은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외지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직접 겪어보는 것만큼 좋은 방안은 없습니다. 시간과 돈이 허락한다면 먼저 여행으로 현장답사 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먼저 온라인상에서 관심 지역의 지도와 부동산 매물을 살펴보고, 동네 탐방 콘셉트의 여행을 떠나는 겁니다. 현지 부동산을 찾아가 매물을 직접 눈으로 살펴보면 더욱 좋겠습니다. 저희 부부도 동네를 정하고, 부동산을 찾아가고, 두세 집을 직접 가보고 결정했습니다. 여행 기간은 최소 3일에서, 임대 계약까지 생각한다면 7일 정도를 추천합니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한다


어느 지역은 특정 시간에 소음이 난다거나, 악취가 발생한다거나, 평균 연령대는 어떤지 등 현장에서도 느끼지 못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위험 부담을 최소화한다


임대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보세요. 전국적으로 인구 소멸, 빈집 증가, 집값 하락 뉴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융자가 있는 집이라면 보증금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지역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외지로 들어갈수록 다음 세입자 구하는 어려움 정도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100만 원이라도 우리의 보증금은 소중하니까요. 저희 부부는 월세 부담금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수적으로 접근했습니다.







브런치 작가 다섯이 모여 글 쓰는 주부들의 살림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매거진 <치유의 살림>을 구독하시고 자주 놀러 오세요! 작가들이 살린, 작가들을 살린 이야기는 @단미 @미칼라책방 @아는이모 @Jina가다 작가님들의 매거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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