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현대의학의 한계를 정면으로 마주하다
병원 투어를 시작했다.
'분명 다른 대안이 있을 거야.'
'내가 2차 병원에 가서 그런 걸 거야.'
'서울 병원이 아니라 그런 걸 거야.'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부터 대안치료를 한다는 병원까지 싹 다 돌아다녔다. 그리고 마주한 현실은 처참했다. 모두 하나같이 수술을 권했다. 할 수 있다면 하라고 했다. 의학기술의 발전은 어디로 갔는가. 정녕 오로지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인가. 암을 마주하기도 전에, 현대의학의 한계와 표준치료 시스템을 마주했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사람을 찾고 찾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정말, 절망 그 자체였다.
살고 싶지만 치료하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우선 대학 병원에 입원해 정밀검사를 받기로 했다. 정밀검사는 너무 낯설었다. 기본 혈액검사를 비롯해 CT, PET-CT, X-ray, 대장내시경, 방광내시경까지 다양했다. 그런데 검사 목록에 청력검사가 웬 말인가. 항암치료 중 청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항암치료로 인한 부작용인지 본래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사전에 확인하기 위함이라 했다. '응? 항암치료? 청력 문제?' 아직 치료 계획을 논하지도 않았는데 황당했다. 수많은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병원은 효율적 시스템을 선택한 것이었다.
병실로 책이 한 보따리 도착했다. 남편이 주문한 암 관련 서적이었다. 본인이 먼저 책을 읽고 밑줄을 치고 내게 건넸다.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 않았다. 아는 것조차 두려웠다. 분명 나는 더 살고 싶은데 치료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무기력함에 멈추어 있는 동안 남편은 내 옆을 지키며 찾고 또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찾았다.
'유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