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가 발견되었습니다. 천운입니다!

29세, 결혼 5년 차, 임신 준비 중이던 차에 받은 자궁경부선암 선고

by 치유의 하루

난 젊으니까


2019년 여름이었다. 건강검진에서 자궁 쪽에 이상세포가 발견되어 정밀 조직검사를 권유받았다. 회사 일도 바쁘고 국가공인시험도 준비하던 차였다. 별일 아니겠지 싶었다. 난 젊으니까. 검진 센터에서 소견서를 받아 2차 병원으로 가라고 몇 차례 연락을 주었다.


두 달 뒤, 2차 병원 진료실로 들어갔다. 진료복을 갈아입고 산부인과 의자에 앉았다. 교수가 육안으로 내진을 하며 물었다.


"오늘 병원에 혼자 오셨나요? 결혼은 하셨고요? 결혼을 일찍 하셨네요. 그런데 그동안 아이는 왜 안 가지셨어요?"


과거 증상을 묻는 질문이 아니었다. 미래에 관한 질문이었다.


"자세한 것은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면 그때 말씀드리죠. 다음 외래에 남편과 함께 오세요."


뭔가 느낌이 싸했다. 진료실에서 나와 이런 경우가 흔한 지 간호사님께 물었다. 사실 모니터로 보이는 내 자궁경부 모습이 내가 봐도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내 직감을 믿고 싶지 않았다.



"선암입니다. 빨리 발견된 것이 다행입니다. 바로 자궁을 적출해야 합니다."


선암은 자궁경부암 종류 중에 5~10% 정도 발견되는 암종이었다. 자궁경부 표면이 아니라 안쪽 선세포에서 발생하는 암종이었다. 공격적인 특성이 있다고 했다. 안쪽에 있기 때문에 조기발견이 쉽지 않다고. 천운이라고. 교수는 단숨에 자궁적출을 제안했다. 아이를 갖고 싶다면 대리모 출산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천운이라고?
이게 지금 무슨 개소리야.

암을 받아들이지도 못하겠는데
자궁적출에
대리모 출산이라니.





모두에게 갑작스러운 소식


결혼 5년 차, 임신을 생각하던 차에 암을 진단받았다. 나를 비롯해 남편, 온 가족과 친구 모두에게 갑작스러운 이야기였다.


'왜 내게 암이 온 걸까.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결혼을 일찍 하면 뭐해. 임신과 출산을 미루지 말 것을...'


나를 탓하는 마음으로 묻고 또 물었다. 충격적인 소식을 들으면 눈앞이 컴컴해질 줄 알았다. 반대였다. 더욱 또렷이 보이고 들렸다. 내가 지금 슬퍼서 울어야 하는 건지 헷갈렸다. 진료실 밖으로 나와 그 순간 현실과 지난 과거를 모두 부정했다. ‘이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건가' 싶은 생각이 먼저였다. 건강한 몸으로 아이를 낳고 싶어서 염색도 망설이는 나였다. 정말이지 믿기지 않았다.


'나, 이제 29살인데?'


아이란 존재가 두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나의 앞길을 막는 것만 같았다. 내가 잘 양육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일하는 멋진 여성이 되고 싶었다. 좋은 엄마는 좀 이따 할 수 있을 거라 믿었으니까. 난 젊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