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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유의 하루 Nov 03. 2023

전라북도로 이사올까

남원 여행중에 만난 오묘한 동네'에서 이사를 고민하다

전라북도 여행으로 지리산 한 달 살기를 시작한 지, 오늘로 19일째 되는 날입니다. 그동안 동네를 요리조리 탐방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량 지난 시점에서 이제는 하나둘씩 기록으로 남기며 나눠보려 합니다. 먼저 남원 산내면에서 살아본 소감을 짤막하게나마 남겨봅니다.


우선 한 달가량 긴 시간을 두고 여행을 계획함이 신의 한 수였습니다. 가을이 무르익는 계절을 택한 것도요. 똑같은 둘레길을 여러 번 반복해서 걸어보고, 지리산 곳곳을 탐방하고 바라보면서 지리산의 변화를 매일 느끼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짧았다면 유명 여행 포인트만 방문하고 끝내는 정도에 그쳤겠지요. 물론 그렇게 스치는 것만으로도 좋은 공기, 맑은 물, 단풍 정도는 느꼈겠지만요.


'진정한 여행은 잠시 스쳐가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처럼 머물고 살아보는 것이다'라는 글귀의 의미를 알게 되였달까요. 이번 여행이 딱 그렇습니다. 여행인 듯 아닌 듯, 현지인으로 살아보는 듯 아닌 듯, 때론 이미 현지인인 듯. 어느덧 자연스럽게 지리산 산내면에 머물며 살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여러 차례 얼굴을 본 주민분들이 저를 반 현지인처럼 대해주실 때면, 웃긴 소리지만 안도의 미소를 숨길 수가 없습니다. '이곳으로 이주할 수도 있으시잖아요?' 하고 말씀을 덧붙이시면 심장이 콩닥거리기 시작합니다. 전라북도로 이사오는 상상을 하게 되고요. 여행의 설렘을 넘어선 설렘을 느끼곤 합니다. 지금 여행 중이 맞는지 헛갈리기도 하고요. '어디서 왔는지'가 아니라 '어느 마을에 묵고 있는지' 물어주시는 주민분들 앞에서 마치 국적이 다른 부모를 둔 혼혈인이 된 듯합니다.


이곳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오묘한 동네'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잠시 어느 소설집에 들어온 제3자가 된 기분이 들거든요. 남원시 산내면. 제가 머무는 마을은 '면' 소재지입니다. 시골이지요. 그런데 시골이 맞나 싶습니다. 이따금씩을 넘어 하루에도 여러 차례 갸우뚱합니다. 다른 읍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으니 비교 불가지만, 경험이 있었다 한들 분명 결론은 같았을 겁니다.


어젯밤 별빛 아래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과 잠시 대화를 나누며 확신을 더했습니다.


"민정님이 제대로 시골살이 하는 모습이 예뻐 보여요."​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ㅎㅎ 그런데 여기 시골 맞지요? 시골생활 같지 않은 시골살이 중인 것 같아요. 도시에서 경험할 법한 일들을 되려 이곳에서 누리고 있는 듯해요."

"그렇죠? 시골은 시골이죠. 그런데 아니기도 해요. 굉장히 수준이 높은 동네죠. 이곳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이 아니라, 이곳 산내라고 생각하며 살아요."​



이 글을 쓰는 도중에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커피숍에서 글을 쓰고 있다고 했더니 그런 곳도 있느냐고 되물어 보시네요. 다방 같은 커피숍이 아니라고 추가 설명을 했어야 했나 싶습니다. 산미 있는 원두 또는 묵직한 스타일 중에 고를 수 있는 커피 전문점이라고요. 우유 대신 아몬드 우유로 변경해 비건 라테로 마시고 있다는 것도 깜빡했습니다.


아무튼 글을 쓰다 보니 점심때가 훌쩍 지나갔네요. 여기서 마무리하고 밥을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오후에 '희곡 읽기' 수업에 참여하기로 했거든요. '시골 동네에서 희곡 읽기 수업을??!!' 싶으신가요? ​


이 오묘한 동네 이야기를 곧 이어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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