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가 아니라 영양 '보조제'다
전 직장 동료는 매일 아침 알약 통을 꺼내 아침, 점심, 저녁용 하루치 영양제를 소분했습니다. 저는 부족한 영양을 알약으로 채울 수 있는 시대라며, 세상 참 좋아졌다고 신기해했습니다. 눈에 좋다는 루테인을 따라 구입해 보았지만, 며칠 따라 해 봤을 뿐이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암 진단 후, 보조제 수집가가 되었습니다. 저의 의지가 아닌, 보호자의 의지로요. 보호자가 더 많이 공부했고, 다음날이면 iHerb에서 배송된 보조제가 추가되곤 했습니다. 시어머님이 주신 환까지 더하면 한 주먹을 넘었습니다. 필요한 영양소만 딱 떼어내 섭취할 수 있음에 감사했지만, 식후 알약만 봐도 한숨이 나오고 어깨가 무거웠습니다. 녹즙과 식사만으로도 이미 배가 불렀기 때문입니다.
이 많은 영양 보조제가 정말 도움이 되는 걸까?
자연식물식에 가까운 식사에 적응하면서, 여러 치유 서적을 읽을수록 갸우뚱해졌습니다.
(1) 보조제는 말 그대로 보조제일 뿐, 치료 약이 아니다.
(2) 보조제가 발명된 지 오래되지 않았다.
(3) 보조제의 효능이 내게 얼마나 적용되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
(4) 반대로, 부작용이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 보조제를 해독하는 것은 내 몸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예전과는 다른 토양 환경으로 사과 하나를 먹어도 영양 성분량이 최대 8배가량 차이 난다고 합니다. 그럴 수 있겠다고 머리는 끄덕이면서도, 영양 보조제 대신 사과 8개를 먹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우리 몸은 소화 과정에서 쪼개고 해독하여 몸에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데, 보조제는 응축된 형태이기 때문에 몸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일 점검표에 보조제 섭취 칸이 X가 더 많아지면서, 스트레스만 남는 것도 고민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보조제 복용을 중단했습니다. 식품으로 영양분을 최대한 흡수하는 안전한 길을 택하고, 식물식과 채소별 주요 성분을 더욱 치밀하게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단순한 친환경 인증 표시가 아닌, 흙과 밭을 살리는 농사를 하는 분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지요. 암 치유에도 유행이 있었습니다. 제가 한창 치병중이던 시절, 암을 굶겨 죽이는 대사치료가 유행하면서 보조제 복용에 열풍이 불었습니다. 암세포의 영양분 흡수길을 차단할 수 있다면 기대해 볼 만하다는 생각으로 저도 그 열풍에 동참했습니다. 완벽한 프로토콜을 따르지는 못했지만, 주요 보조제 복용만으로도 몸의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복부 팽창감, 변비, 저혈당 증세 등이었습니다. 생각보다 강력한 반응에 한편으론 반가웠고, 또 두려웠습니다. 체중 감량이 너무 많이 된 상황에서 강행하기 조심스러웠고,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혼란 속에서도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섭취한 보조제도 있습니다. 비타민C와 MSM이었습니다. 메가도스 복용법에 따라 3g씩 하루 2~4번가량, 최대 12g을 나눠 먹었습니다. 식물성 식품에서 추출해 비교적 안전한 성분이고, IVC 비타민C 요법과 함께할 때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또한, 비상 상황일 때는 보조제 도움을 얻기도 했습니다. 혈액검사 결과 비타민D 수치가 너무 낮아서 주사와 함께 일시적으로 보조제를 복용하기도 했습니다.
'누가 무엇을 먹는다더라'는 이야기가 들리면 자연스럽게 눈과 귀가 향했습니다.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인지, 기준을 내 안에 두지 못하고 외부의 기준으로 쉽게 휩쓸렸습니다. 뭔가 몰라서, 부족해서 치유되지 않을까봐 조급했습니다. 그러나, 보조제는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입니다. 채울 수 있는 다른 길이 있다면 그것을 먼저 시도해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보조제 회사 배만 채워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