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 올 때 도움이 되었던 3가지 방법
취침은 중요합니다. 정말 중요합니다. 치유는 밤에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치유 호르몬이 쏟아집니다. 오전, 오후 하루종일 여러 활동에 임했다면, 저녁에는 모든 것을 맡기고 쉬는 것이 최선입니다. 취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 무엇과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잠입니다.
암 진단 후, 취침 환경을 송두리째 바꿨습니다. 시간, 불빛, 공간, 온도, 공기까지 취침 환경 5가지를 점검했습니다. 먼저, 무슨 일이 있어도 10시에는 무조건 취침하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아침 기상 알람은 맞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밖에서 들어오는 불빛을 암막 커튼으로 막았습니다. 수면 공간도 분리했습니다. 남편이 퇴근 후 기타 업무를 처리하려면, 똑같은 시각에 함께 취침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뒤늦게 들어오는 사람도, 같이 자는 사람도 모두 신경 쓰이는 구조를 바꿔야 했습니다. 남편에게 더블 침대를 내어주고, 저는 침대 옆 바닥에 온열 매트를 깔고, 푹신한 요를 덧대어 취침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35도로 8시간 타이머를 켜고 밤새도록 몸은 따뜻하게, 공기는 차갑게 순환되도록 문을 살짝 열어두고 홀로 누웠습니다.
캄캄한 천정, 따뜻한 바닥과 고요한 정적 속에 홀로 누웠습니다. 잠이 올 리가 있겠습니까? 암 치료 걱정, 더 나은 대안 고민, 막연한 불안이 쉼 없이 찾아왔습니다. 잠드는 것보다 뭐 하나라도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가만히 쉬기가 제일 고역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잠을 놓치면 치유의 노력을 빠르게 뒤로 감기 하는 셈입니다. 수면은 항암제보다도 강력한 한편, 수면 부족은 독약과 같습니다. 이는 암환우뿐만 아니라, 보호자도 마찬가집니다. 암 진단 직후, 불안과 걱정, 고민이 물밀듯 몰려올 때일수록, 잠들어야 합니다. 잠은 잊거나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 돌파하는 행위입니다. 치유 여정은 하루이틀 단기 과정이 아닙니다. 멀리 가려면 잘 쉬어주어야 합니다.
잠이 오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다양하겠지만, 암환우 대부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과 불안한 마음으로 생각이 많습니다. 부교감 신경이 활개 쳐야 할 시간에 교감 신경이 항진된 것입니다. 저는 크게 3가지 방법을 썼습니다.
(1) 부교감 신경 활성화
열은 몸이 긴장을 풀고 나른해지고 이완되도록 돕습니다. 주열기로 꼬리뼈부터 등줄기를 따라 열을 넣어줍니다. 일명 스트레스를 낮추는 호르몬을 생성하는 콩팥(부신) 주변도 좋습니다. 다른 신체 부위보다 훨씬 뜨겁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는데, 짧은 시간 여러 번 머물고 나면 개운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 가슴 위 주열은 교감 신경을 자극해 잠이 달아날 수 있으니 취침 전에는 피하십시오.
(2) 호흡과 기분 좋은 한숨
주열 다음으로 부교감 신경을 자극하는 강력한 방법은 '숨'입니다. 먼저 침대 위에 누운 채, 깊은 숨을 의도적으로 3~4회 쉬어봅니다. 그다음 내쉬는 호흡을 살짝만 길게 뱉어봅니다. 머리부터 어깨, 몸통, 골반, 허벅지, 다리 발끝까지 흔듭니다. 동시에, 모든 걱정과 불면 거리를 호흡과 함께 바닥에 털어낸다고 상상해 봅니다. 먼지떨이 하듯, 부드럽고 친절하게 몸속 구석구석에 숨은 긴장을 탈탈 털어냅니다. 그리고 '아~' 소리와 함께 한숨을 뱉어봅니다. 지구가 멸망할 것 같은 우울한 소리가 아닙니다. 반가운 친구를 만났을 때, 기분 좋은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듯 숨을 쉽니다. 눈썹 사이, 코 끝, 입술, 턱, 손가락, 발가락도 가볍게 움직이며 힘을 풀어봅니다.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아침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3) 에라 모르겠다!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해봤는데도 안 된다면, 포기도 선택지임을 기억하십시오. 잠을 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스트레스입니다. 졸릴 때 잠들겠다고 내게 스스로 선포하고, 아무 제약 없이 하고 싶은 것을 해보세요. 저는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영화나 영상을 보며 새벽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피곤한 몸이 다음날은 버티지 못해 잠들기에 성공하고, 자연스럽게 취침 패턴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다 가끔씩 또 심심이가 찾아오면 반겨주기도 했습니다. 제 때 깊이 잠잘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며칠 그러지 못한다 해도 괜찮습니다. 이래도 저래도 그래도 모두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모두 다 지나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