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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유의 하루 Oct 27. 2024

순환이 안 되면, 강제로

주열과 온열로 열을 불어넣기

암 환자의 공통점 중 하나는 저체온입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손발이 늘 차가웠고, 더위보다 추위를 훨씬 많이 탔습니다. 겨울철 털 부츠 신발을 신어도 차가운 발은 그대로 꽁꽁 얼어버린 듯 냉기가 심했습니다. 늘 그랬기에 그러려니 했습니다. 친정 엄마도 나이가 들며 달라졌다는 말씀에 희망을 걸었지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취침 시 이불 속에 들어가 한참이 지나도, 발이 따뜻해질 기미가 없었습니다. 양말을 덧신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남편 체온을 빌려 제 발을 덥히고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손발은 몸 중심에서 가장 먼 곳입니다. 그리고 차가운 손발은 혈액 순환 정체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손끝 발끝미세혈관까지 혈액이 제대로 돌지 못하는 것입니다. 혈관이 좁아졌거나 혈액 흐름이 느슨하여, 세포 내 영양 공급과 노폐물 배출이 원활하지 못한 것입니다. 알고 보니 암세포는 저체온 환경에서 살기 좋다고 합니다. 냉증은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현상이자 신호였습니다. 왜, 저체온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진지하게 보지 않았을까요?



몸이 차가워지면
혈관이 수축하고 자율신경 균형이 깨져
교감신경 작동이 활발해진다.

교감 신경이 활발히 작동하면
체내 염증을 촉진시킨다.

- 아보 토우루 교수 -



뒤늦은 후회는 체온 올리는데 쓸데없었습니다. 체온과 암세포 상관관계를 공부할수록, 지체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체내 냉증은 만병의 근원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몸을 따뜻하게 데우면 병은 치유된다는 뜻입니다. '체온 1도만 올려도 40% 면역이 높아지고, 암세포는 43도에서 사멸한다'는 말이 반가웠습니다. 내 몸의 치유력을 높이는데 순환과 온열은 핵심 키워드였습니다.


열활성 단백질(HSP)이 병을 치유한다는 내용.


몸 안에서 스스로 열을 내고 지키지 못한다면, 밖에서 넣어주는 방법 밖엔 없었습니다. 저는 (1) 온열 요법 (2) 주열기 (3) 뜸 (4) 스트레스 제거 방법을 적용했는데, ‘열’은 치유 과정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한 부분이었습니다.


(1) 온열 요법

열이 심부까지 전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표피만 뜨거워질 경우, 오히려 내부에서 불을 끄려고 심부 체온을 낮추는 역풍을 맞을 수 있습니다. 저는 심부까지 열이 전해진다는 1인용 온열매트와 미니 매트를 구입했습니다. 자수정으로 만든 매트로, 최저 35도부터 최고 70도까지 5도 단위로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70도로 예열된 온열 매트 위에 누운 뒤, 미니 매트를 배에 올려 두고 두꺼운 솜이불을 덮습니다. 샌드위치처럼 매트와 매트 사이에 제가 들어간 셈입니다.


온열 요법 시간은 명상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매트 속에서 30~40분가량 가만히 누워있어야 합니다. 암 치유 관련 공부를 하거나, 노래를 듣거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온전히 쉬기 좋은 기회입니다. 10분만 지나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집니다. 30분가량 뜨거움을 참기가 버겁기도 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만 있는데도 힘듭니다.


매트 밖으로 나오면 사우나를 마친 후처럼, 뜨거움과 시원함이 몰려옵니다. 개운함은 보너스입니다. 때론 메슥거리거나 어지러울 수도 있습니다. 끝난 후 땀으로 빠져나가 부족한 미네랄을 잘 채워줘야 합니다. 체력소모가 많이 됩니다. 때문에, 급격한 체중 감량이나 항암 치료로 인해 기력이 떨어진 경우는 조심해야 합니다.


단점으로는 초기 투자 비용이 듭니다. 부피도 크고 무게도 상당합니다. 시간적 여유도 필요합니다. 70도까지 열이 올라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30~40분, 실제 온열 요법을 하는데 30분, 땀을 닦고 옷을 갈아입는 등 뒷정리까지 모두 마치면 대략 90분 소요됩니다. 하루에 두 번 하면, 3시간 정도 투자해야 합니다. 예열 시간 때문에, 상시 이용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열 요법은 포기할 수 없는 선택지였다고 생각합니다.



(2) 주열기

온열 매트는 전신에 열을 넣어 순환을 돕는데 강력히 작용하지만, 상시로 사용하긴 어렵습니다. 부분적으로 국소 부위에 열을 주입할 수 있는 주열기로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성인 여성 손바닥 만한 크기로, 마치 다리미처럼 생겼습니다. 신체에 열을 대면, 뜨거움을 피하려고 혈관이 확장되면서 혈류가 빨라집니다. 덕분에 미세 혈관까지 혈액이 원활히 공급되는 원리입니다. 따뜻한 기운이 온몸에 감돌면, 나른해지고 졸음이 쏟아집니다.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어 치유력이 높아진 상태가 되었다는 증거입니다.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최고 온도 70도로 세팅 후 기다립니다. 예열 시간은 5분 이내로 짧습니다. 한 손으로 주열기를 잡아 꼬리뼈부터 척추 라인을 따라 머리끝까지 대고, 손끝 발끝 구석구석 열을 넣습니다. 한 곳에서 잠시 머물다 뜨거우면 옆으로 조금씩 이동하면서 사용합니다. 얇은 면 옷을 입고 주열기를 직접 갖다 대거나, 주열기에 얇은 천을 씌운 뒤 맨살 위로 올리면 효과적입니다. 평상복 입고도 가능합니다. 집이 아니라도, 전기 코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능합니다.


주열기는 암환우뿐만 아니라 주변 여성분께도 적극 추천하는 제품입니다. 사춘기 딸이 있는 집이라면 더욱요. 생리 전후로 찾아오는 복통과 요통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근육과 장기 주위에 열을 넣으면, 혈류가 개선되며 통증이 줄어듭니다. 따뜻한 기운이 더해지면 마음도 한결 편해집니다. 높은 긴장감과 걱정을 내려놓으려 해도 쉽지 않았던 때, 주열기는 저를 봉인해제 시켜준 고마운 존재입니다.


주열기와 친해지게 된 계기는 우연히 주열 전문가 선생님을 만난 뒤였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지요. 책으로 백번 보는 것보다 선생님의 손길 한 번에 감을 잡았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얼마나 머물러야 하는지 등 세세한 궁금증 모두 해결할 수 있다니 큰 행운이었습니다.


Tip

주열기 종류를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크게 두 종류가 있는 걸로 아는데요. 차이는 있지만, 둘 다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사용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시되, 최대한 많이 사용하셔서 본전을 되찾으시면 좋겠습니다. ^^


 


(3) 쑥뜸 (간접 뜸과 직접 뜸)

간접 뜸은 기구에 뜸 재료를 넣고 불을 피워 올려 두는 방식으로, 한의원이나 쑥뜸 매장에 찾아가서 누워있기만 하면 됩니다.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은 들지만, 상대적으로 효과가 드라마틱하진 않았습니다. 직접 뜸보다 많은 양을 오래 피우기 때문에 연기와 냄새가 많이 납니다. 다행히 비용은 저렴한 편입니다. 특이한 점으로, 간접 뜸에서는 몸에 이상이 있는 부위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양상이 달라집니다. 어디에 중점적으로 열 치료를 하면 좋은지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직접 뜸은 쌀알 만한 크기로 쑥을 말아 피부 위 혈자리에 올리고, 향으로 불을 붙여 태우며 열을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실제 화상을 입게 됩니다. 백혈구를 자극하여 치유력을 높이는 원리입니다. 때문에 혈자리를 잡아줄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대신 효과가 대단히 강력합니다. 뜸을 뜬 날에는 언제나 꿀잠을 잤습니다. 뜸자리를 찾으면, 이후 집에서 언제든지 할 수도 있습니다. 재료 구입비만 발생하니 가성비는 최고입니다. 흠이 있다면, 흉터가 남습니다. 시간이 많이 흐르면 부위에 따라 희미해지기도 합니다.

 



(4) 스트레스 최소화하기

체온을 이야기하는데 스트레스라니 좀 생뚱맞은가요?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자극시킵니다. 그리고 교감신경이 활발하면 체온이 떨어집니다.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이 낮아지고요. 스트레스는 만병의 원인인 이유입니다. 온열과 주열로 부교감 신경을 올려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모두 헛수고가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체온 관리 측면만 봐도 스트레스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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