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인생 동반 도구로 거듭나다
이번에는 마음 챙김 여정을 꺼내보려 합니다. 제가 고통스럽게 헤매고 시행착오를 겪었던 영역입니다. 많은 분들이 비슷한 고민을 해봤으리라 추정해 봅니다. 명상이 좋다기에 해보니 쉽지 않다는 경험도 비슷하신가요? 마음 챙김과 돌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명상으로 마음 돌봄은 커녕, 마음의 소용돌이가 쳤던 경험을 나눠봅니다.
어릴 적부터 예민한 아이였습니다. 엄마 아빠 등허리에서 떨어지기만 해도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생각하고 고민하는 습관도 있었습니다. 암 진단 후, 걱정은 날마다 배가 되었습니다. 한바탕 울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기 마련인데, 눈물이 말라가도 스트레스는 제곱으로 쌓여갔습니다. 수화기 너머 친구에게 제 상황을 덤덤히 설명하다가도, 통화가 끝나면 조용히 눈물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습니다. 암이 곧 죽는 병이 아님을 알았지만, 암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제 마음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지옥이었습니다. 암세포보다 괴로운 마음에서 먼저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내 마음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막막할 때, '명상'이란 힌트를 얻었습니다. 명상은 제게 겉모습과 대화 몇 마디에 나와는 결이 다르다며 이어지지 못한 존재랄까요. 인연이 되지 못하고 잠깐 스쳐 지나간, 소위 '썸(사귀기 전에 느끼는 불확실한 상태)'을 타다 잠수한 상태 같았습니다. 전 직장에서 '좋은 성과를 위한 도구'로서 명상을 바라봤던 경험 때문입니다.
가만히 앉아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니, 그저 따분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성과를 위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납득이 안 되었고, 제대로 알아볼 노력도 없었습니다. 당시 20대 후반, 가장 활발한 생활을 할 무렵이었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제 기질과 맞지 않는다며 단칼에 선을 그었습니다. 명상 없이도 성과 낼 수 있다는 오만함이 하늘을 찔렀습니다.
도대체 명상이 뭐길래?
명상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절대 명상하지 말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도대체, 명상이 무엇인지 조금 궁금해졌습니다. 명상의 정의, 방법, 기대 효과를 찾아보던 중, 추천받은 책 《고엔카의 위빳사나 명상》을 만났습니다. 어려웠지만 남편이 쳐 놓은 줄 덕분에, 명상은 종교가 아님을 배웠습니다. 고통과 괴로움이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내고 있음도 처음으로 발견했습니다. 알아차림의 시작이었습니다.
책을 읽을 땐 알 것 같고 마음도 편했는데,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괴로웠습니다. 자꾸만 내려놓으라는데 납득이 돼야지요. 지금이 그럴 때인가요? 열심히 해도 될까 말까 아닌가요? 혼란스러웠습니다. 빨리 명상해야 치유될 텐데, 멍때리며 숨만 쉬라니! 목구멍에 숨이 턱턱 막혀왔습니다. 편해지고 싶어서 새로운 책을 찾았습니다. 제가 선택한 책들이 공통으로 '자기 이해와 자기 돌봄'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완벽주의 성향으로 나를 매몰차게 몰아넣었던 순간들이 연거푸 떠올라 힘들었습니다. 한번 시작된 알아차림이 또 다른 알아차림으로 이어졌습니다.
명상이 힘든 게 맞나 고민할 무렵, 책 《쉼의 기술》에서 '명상은 곧 쉼이다'는 말씀을 얻었습니다. 쉼은 쉼이지, 게으름이 아니라는 말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달까요? 그때야 비로소 자발적으로 명상과 더 친해지고 싶어 졌습니다. 저자이신 스님이 내한하신다는 명상 시연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10분도 명상해 본 적 없던 시절, 행사 기간 이틀 내내, 남편과 둘이 눈만 감으면 졸다 왔습니다. 돈 내고 가부좌를 틀고 불편하게요.
또다시 알 것 같다가도 모르겠던 순간, 명상 스승님과 연이 닿았습니다. 좌선과 행선하는 방법 2가지만 가르쳐 주시고, 책 읽기도 금지하셨습니다. 더 이상 읽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도 잠시, 온 우주를 흔드는 알아차림 파도가 몰아쳤습니다. 명상이 동사인 줄 뒤늦게 알았습니다. 1분이 5분이 되고, 10분이 되고, 20분, 30분, 40분, 60분이 되었습니다. 머리로만 이해하는 추상명사로 착각하며 살았다니요! 행함은 없이 격렬히 저항했던 제가 부끄럽고 안쓰러웠습니다. 괴로움을 한발 늦게 알아차리고 바라 보고, 다시 괴로움을 발견하고 바라 보기를 무한 반복했습니다.
어설프게나마 명상에 끝이 없음을 느꼈습니다. 끝이 없는데 끝을 보려 했으니, 얼마나 버거웠을까요. 이제는 명상이 뭔지 알겠다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그저 남은 인생 평생토록 명상과 함께하고 싶다고요. 명상 덕분에 날마다 점점 더 편해지고 있음에 감사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