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치유의 하루 Oct 26. 2024

남편 빼고 전부 바꿔주세요

바꿀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바꾸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 외에도 몸에 닿는 모든 것도 모두 바꾸었습니다. 신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취약한 상태였기에, 감염과 독성 같은 외부 위험 등에서 최대한 멀리하기로 했습니다. 주변 환경을 재조성하며 ‘우리 몸의 치유력을 저해시키는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마치 신생아가 된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평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내 아기에겐 하지 않은 행동을 기준으로 두었습니다.


(1) 천연 재질로 바꾸기 (전신 순환 방해요소 제거)

순환을 방해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변화 대상이었습니다. 정전기가 많이 나는 합성 소재 옷은 더 이상 입지 않았습니다. 몸통을 조이는 속옷을 벗고, 100% 면으로 된 민소매 셔츠를 입었습니다. 평소 즐겨 입던 딱 맞는 청바지도 벗고, 허벅지 통이 넓은 생활한복 바지를 입었습니다. 옷 테는 안 나지만, 그 누가 뭐라 한들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몸이 한결 편안해지니 마음도 차분해졌습니다.


(2) 전자파 차단

몸속에 전류량이 많으면, 혈액 내 적혈구들이 서로 엉겨 붙어 순환이 막히게 됩니다. 남편은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확인하기 위해 기기를 구입해, 집안 구석구석을 살폈습니다. '삐비빅' 경고음이 멈출 줄을 몰랐습니다.


추위를 많이 탔기 때문에 겨울철 온열 용품은 필수였습니다. 온풍기에서 전자파가 유독 많이 나오는 것을 확인한 뒤로 곧장 처분했습니다. 미니 온열 매트를 의자에 놓고, 전자파 차단 매트를 덮어 전자파 노출을 최소화했습니다.


(3) 호르몬 교란 물질 및 독성 물질 제거

환경 호르몬 노출을 최소화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몸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음식물을 다루는 주방입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싶었던 수준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가볍다는 이유로 신혼 초부터 사용해 왔던, 멀쩡한 플라스틱 반찬 보관통을 싹 다 버렸습니다. 대신, 스테인리스 또는 유리 재질로 만든 통으로 대체했고요. 코팅된 냄비와 프라이팬도 미련 없이 버렸습니다. 자궁암은 여성암으로 호르몬에 더욱 취약하지 않겠나 싶은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주방과 세탁 세제도 최대한 저자극 제품으로 바꿨습니다. 화장품도 유아 또는 임산부용 제품으로 구매했습니다. 화학 성분이 들어간 향수도 모두 버렸습니다. 세정 용품 중, 치약은 천연항생제로 알려진 프로폴리스가 함유된 한살림 제품으로 바꿨습니다. 샴푸를 끊어야 하나 잠깐 고민했지만, 한살림 제품을 사용하되 머리카락을 짧게 다듬어 치유 생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했습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었습니다. 깐깐하게 보고 냉정하게 차단했습니다. 암환자 공통점 중 하나가 ‘저산소’라고 합니다. 공기질에 예민해진 남편은 가스 누출 방지 목적으로 곧장 인덕션을 설치했습니다. 게다가 미세먼지가 심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실내 공기청정기로는 환기가 해소되지 않는다며, 벽을 뚫어 공기청정 필터가 달린 환풍기를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많이 바꿨습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남편 빼고 거의 모든 것을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요.


오직, 하나의 기준. ‘이것이 치유에 도움이 되는지’만 봤습니다.


이전 12화 명상에는 퇴보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