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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유의 하루 Oct 27. 2024

암환자의 움직임은 무엇이 다를까

이번에는 암환자의 움직임과 관련한 5가지(걷기와 달리기, 풍욕, 일광욕, 트램펄린, 어싱과 맨발 걷기) 내용들을 차례로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걷기와 달리기

유산소 운동은 여러 건강상 이점이 있지만, 암 환자에게 고강도 운동은 독입니다. 활성산소 때문입니다. 고강도 운동 중에는 신체에서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발생합니다. 과도한 활성산소는 세포 손상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DNA 손상과 암세포의 발생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평소 달리던 사람도 아니었고, 달리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갑자기 건강을 챙기려다 잃게 될 것이 두려웠습니다. 대신 많이 걸었습니다. 집 주변, 근처 동산 산행, 장 보러 마트까지 걷고 또 걸었습니다. 아침 조깅을 하며 숨이 찰 때까지 뛰는 모습이 건강한 삶이라 여겼기에,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을까 의구심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자신에게 적합한 운동 강도를 찾고 조절해야 합니다. 근육질 몸매 만들기가 아닙니다. 면역 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뒤늦은 암 수술 후, 걷기도 어려워졌습니다. 5분만 걸어도 기운이 소진되어 누워야 했습니다. 5분이면 닿던 집 앞 공원까지 15분 걸리고, 공원은 들어가 보지 못하고 집으로 되돌아오곤 했습니다. 수술 부위가 아물며 한결 편히 걸을 수 있었으나, 자궁 주변 서혜부 림프샘을 제거한 탓에 오래 걷기는 어려웠습니다. 체내 생성된 노폐물이 처리되는 길이 막히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종아리가 쉽게 부어올랐습니다.


걷는 양을 줄여 조금씩 걷고 또 걸었습니다. 아침 먹고 걷고, 점심 먹고 걷고, 저녁 먹고 걸었습니다. 걷기만 해도 모든 병이 낫는다는 책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달리기는 상상할 수 없었지만, 걸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걷기는 또 다른 치유 활동인 '어싱(맨발 걷기)'와 '행선(걷기 명상)'으로 이어졌습니다.



(2) 풍욕

풍욕은 이름부터 생소했습니다. 효과로는 바람이 피부에 닿으면서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노폐물 배출과 영양소 공급이 원활해지며, 면역 체계 강화를 돕는다고 합니다. 시도는 해보았지만 잘 안되었습니다. 어색하고, 이게 무슨 효과가 있을까 의심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추위가 강렬히 느껴지는 탓에 짜증이 밀려오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시도는 했지만 소극적이었고, 실은 적극적 회피에 가까웠습니다. 모든 변화로 버거웠던 시절, 제 마음은 지옥이었으니까요. 집중적으로 실행해 보지 않아 단언할 수 없지만, 주변에 꾸준히 하시는 분들을 보면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 것 같습니다. 자연의 바람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명상이자, 전환이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테니까요.



(3) 일광욕

풍욕과 달리, 일광욕은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습니다. 비타민 D 생성, 면역력 강화, 세로토닌 수치 증가, 정신 건강 증진, 혈액순환 개선, 생체 리듬 조절, 수면 질 향상 등 와닿는 이점이 많았습니다. 봄가을철 해가 뜨면 베란다에 의자를 놓고 민소매 티만 입고 해를 등지고 앉았습니다. 겨울철에는 온열 매트 위에 앉아 방문을 열고 햇볕을 쬐었습니다. 바람은 차가워도 뜨거운 기운이 몸을 가득 충전해 주는 듯 포근했습니다. 사계절 햇빛 맛을 집중해서 본 결론은 여름철 햇빛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특히, 수술 후 집중치유 기간 속초 바닷가 백사장 위 일광욕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몸속 깊숙한 곳까지 따뜻한 기운이 전달되고,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이 기분 전환되는 에너지가 좋았습니다.




(4) 트램펄린

혈액 순환과 더불어 림프 순환도 중요합니다. 림프계에 몸의 상하 운동을 돕는 트램펄린이 좋다기에, 성인용 트램펄린을 구매했습니다. 림프계는 순환계와 달리 자체적으로 펌프 역할을 하는 심장이 없어, 림프액은 근육의 수축이나 신체의 움직임으로 이동됩니다. 트램펄린 점프로 발생하는 리듬감 있는 충격이 림프 흐름을 촉진합니다. 그 결과, 체내 독소와 노폐물의 배출이 원활해지고, 면역 기능이 강화되며, 부종 감소를 돕게 됩니다.


주로 아침 시간에 가벼운 스트레칭 후 트램펄린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림프 순환 효과는 체감하기 어려웠습니다. 되레 예상하지 못한 운동 효과에 놀랐습니다. 어릴 적 마음껏 타보지 못한 방방이 원한을 푸는 듯 재밌었습니다. 남편과 번갈아 뛰며 서로 모습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암 수술을 마친 후 느낌은 180도 달랐습니다. 림프 순환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효능을 제대로 체험한 것입니다. 뛰어올랐다 내려오는 차에 허리부터 발끝까지 가볍고 개운한 느낌이 몰려왔습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습니다. 한두 번만 뛰어도 강력히 전달되었습니다. 한동안 같은 자세로 일하다 하늘 높이 기지개를 켜면 몰려오는 시원함 같았습니다. 딱딱한 바닥과 달리, 떨어질 때 충격을 완화해 주면서도 다시 반대로 흐름을 빠르게 전환하며 전신이 순환됨을 느꼈습니다.


10만 원대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재미와 운동, 순환 효과까지 1석 3조입니다. 지금까지 손끝부터 발끝까지 일자로 양손을 '만세' 한 자세로 수시로 뛰고 있습니다. 비록 공간을 차지하는 부담이 있지만, 때론 양말 건조대로 변신하여 실질적인 도움도 주며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5) 어싱과 맨발 걷기

어싱(earthing 또는 grounding)은 이름부터 어려웠습니다. 우리말로 접지입니다. 어싱을 통해 인체가 지면과 접촉하면 지구의 전자가 인체로 이동하면서 전기적 균형을 이룹니다. 인체에 들어온 전자는 활성산소와 결합해 중화시킴으로써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시킵니다. 활성산소는 세포 손상 및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이를 억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어싱은 자율신경계 안정화를 도와 스트레스 반응을 감소시킵니다. 체내 생리적 기능을 조절하고 호르몬 균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 지압효과로 혈액 순환이 활성화되기도 합니다.


조금씩 시도해 보긴 했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집 주변 땅과 접지하기 마땅한 공간이 없었습니다. 막연한 부상 걱정도 앞섰습니다. 어색함도 장애물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맨발 걷기 열풍이 불어 뉴스에도 나왔지만, 당시엔 몹시 낯선 풍경이었습니다. 발바닥과 땅 지면이 직접 닿는 느낌은 좋았지만 특별한 효과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수술 이후 속초에서 집중 회복 중이었습니다. 어싱 효과성을 온몸으로 체감하며 급격히 땅바닥과 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배뇨장애로 인한 빈뇨, 긴박뇨, 미세 통증과 불편감을 호소했습니다. 그런데 해변 모래사장에 맨발을 디디면, 증상 대부분이 줄어드는 것이 곧장 느껴졌습니다. 너무 신기했습니다. 맨발 걷기를 마친 후에는 몸이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마음도 따라 안정감을 찾았습니다. 그 뒤로 서울로 돌아와서도 맨발 걷기와 어싱을 이어갔습니다. 자연과 하나 되는, 교감하는 느낌을 만끽하면서요.



겨울철에도 어싱을 해보겠다며 양말을 뚫어 실험한 흔적. 처참히 실패한 후,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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