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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유의 하루 Oct 27. 2024

말하지 못한 시도는 추억이 되고

스치듯 흘러갔던 소소한 경험을 모아 봅니다

하나를 쓰다 보면, 또 다른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러다가 브런치북을 마무리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했던 성향이 암 자연치유 과정에도 영향을 주었나 봅니다. 잠시 스쳐 지나가듯 시도해 보았던 경험들도 나누어봅니다.


(1) 책 구하기

책장 16칸 중 12칸이 이미 암 치유 관련 서적으로 가득 찼습니다. 대략 200권 정도로 되나 봅니다. 시중에 나온 책은 거의 훑어봤다 싶었습니다. '암 자연치유 백과' 해외 서적 번역본 소식을 듣고, 인터넷 카페를 돌아다니며 구했습니다. '백서'라는 타이틀에 제가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활짝 열었습니다. 놓치고 싶지 않은, 새롭게 배우고 싶은 강한 욕구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두껍고 가격대도 있는 책이었는데, 아쉬운 번역이 인상적이었던 기억만 남아 있습니다.


책 구하느라 애썼던 행동은, 실은 나 스스로를 구하고 싶었던 간절함이 투영된 것 아니었을까요? 새로운 정보를 발견하는 것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이미 알고 있는 도움법을 실천하며 습관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하나씩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든 뒤에야, 또 다른 하나를 제대로 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기생충 재퍼(Zapper)와 구충제

암의 원인을 기생충으로 보는 견해로, 전기 주파수가 특정 병원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을 봤습니다. 주파수를 이용해 체내 기생충,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의 미생물을 제거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장치인 재퍼도 알게 되었습니다. 재퍼와 저주파 전류를 몸에 전달하는 장비를 공동구매하는 곳을 찾아 구했고, 실제로 몇 차례 시도해 보았으나 지속하지 못했고 의료적 효과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동물용 구충제로 암을 치료했다는 소문이 유행처럼 퍼졌습니다. 당시 약국에서 구충제가 불티나게 팔리며, 품절 품귀 현상까지 일었습니다. 구충제를 1회 복용 후 혈액검사를 해보니, 간 해독에 관여하는 수치가 급증함을 확인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개인적으로 과다 약물 복용은 무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시도하진 않았습니다. 대신, 워낙 채소를 많이 먹는 관계로 1년에 두 번씩 예방차원에서 구충제를 복용했고, 현재는 연 1회로 줄였습니다.



(3) 아로마오일 요법

식물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을 활용하여 심신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요법입니다. 스트레스 완화, 긴장 해소, 수면 질 향상, 면역력 강화, 항균, 항바이러스, 항염 작용, 호르몬 균형 조절 등 다양한 효능이 있습니다. 마침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창 유행하던 때였습니다. 항바이러스와 면역 체계 증진에 관심이 많았을 무렵인지라 가볍게 넘기질 못했습니다. 특히, 15세기 유럽 흑사병 시기에 도둑들이 병에 걸리지 않고자 사용했다는 '도둑들의 오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혼합 레시피를 따라 정향, 레몬, 시나몬, 유칼립투스, 로즈메리 오일을 직구하고, 어두운 유리병에 한 방울씩 비율별로 배합했습니다. 호호바 오일에 소량 섞은 후, 손바닥으로 자궁 주변을 문질러 주었습니다.


기억하기론 구매 비용은 10~20만 원 정도 되었습니다. 비용이 엄청나진 않지만, 엄청난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오일을 알아보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으나, 호기심과 신기함이 사라지니 꾸준히 지속하진 않았습니다. 마치 원데이 클래스 같았달까요?



(4) 웃음 치료

웃음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어 스트레스를 완화에 좋습니다. 반대로 '행복 호르몬'인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여 기분 개선을 돕습니다. 웃음은 근육 이완을 유도하여 긴장 완화에 도움을 주며, 통증에 대한 내성을 높이기도 합니다. 천연 진통제인셈입니다. 웃음은 면역 체계 강화에도 기여합니다. 면역 세포 중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로 알려진 NK세포 활성이 증가하는데, NK세포는 암세포를 공격하고 제거합니다. 웃음은 정서적 안정과 회복에도 유익합니다.


웃음의 여러 긍정적인 치료 효과는 알고 있으나, 혼자서는 실천하기 어려웠습니다. 막상 웃으려 해도 '지금 이 상황이 웃음이 나겠냐'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마침, 서울대학교암병원 암정보교육센터에서 웃음치료 교육이 열렸고, zoom 카메라를 멀리 두고 몇 차례 참여했습니다. 처음은 어려웠지만, 해볼 만했습니다. 돈도 안 들고, 공간도 필요 없고,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가성비 최고 치료법입니다. 비싼 돈을 주고 NK세포 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습니다. 근육을 많이 써서 에너지 소모도 꽤 큽니다. 그리고 웃음은 전염됩니다. 웃음은 옆사람도 덩달아 건강하게 해 줍니다. 무려 공짜로 말입니다.


세상에 나밖에 없다는 마음으로 그냥 한번 시도해 보세요. 박수를 치고, 상체를 편안하게 움직이며 발을 동동 구르면서 웃으면 덜 어색합니다. 그러다 '내가 뭐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면, 마치 당장이라도 숨 넘어갈 듯 깔깔거리며 3초만 소리 내어 웃어 보세요. 그러다 5초, 10초, 30초, 1분씩 늘려보는 겁니다.



(5) 예술 치유 (음악, 미술, 낭독 치유)

어느 날 남편이 제게 두 가지를 건넸습니다. 1인 노래방 마이크와 스케치북이었습니다. 아주 솔직한 말로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걸로 무슨 치유가 되겠냐고, 답답한 소리로 치부했습니다. 주말 오후 남편이 음악 치료 시간을 선포합니다. 선창으로 저를 이끌어주면, 마지못해 따라 부르기에 그쳤습니다. 누구한테 보여주는 것도 아닌데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볼걸,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바보 같습니다. 예술에 얼마나 강력한 치유력이 있는지 이제는 알기 때문입니다.


어떤 예술이든 표현해냄으로써 흐르지 못하고 쌓여있는 감정이 해소되는 원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책으로는 알 수 없는 영역입니다. 오직 경험으로만 이해할 수 있고, 직접 느껴봐야만 효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낭독’을 만나 예술치료를 경험했습니다. 그리기, 만들기, 춤, 음악 등 어떤 것도 좋습니다. 예술을 도구 삼아 자유롭게 표현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낭독으로 치유가 된다는 경험은 별도 글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6) 시도하지 않은, 간 청소

간 청소는 간의 해독 기능을 촉진하고, 체내에 쌓인 독소를 제거하여 간 건강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시행되는 대체 의학적 방법입니다. 간 청소는 남편이 주문한 책 《의사들도 모르는 기적의 간 청소》에서 배웠습니다.  간 청소는 일반적으로 특정한 식이 요법, 해독 주스, 허브 보충제, 그리고 오일과 같은 자연 재료를 사용해 간을 정화하고 재생을 돕는다는 주장에 기반을 둡니다.


대부분 대체 의학이 그렇듯, 간 청소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는 반대 주장도 있었습니다. 식습관을 통째로 바꾸었는데, 사과 주스 대량을 섭취하는 등 방법이 선뜻 와닿지 않았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긴 했지만, 책만 보고 따라 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커피 관장을 이미 시작했기 때문에 간 청소가 시급하다고 보진 않았습니다. 이후로 4년 간, 새 책 그대로 책장에 미동 없이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최근에서야 남편의 제안으로 함께 시도 중입니다. 올해 두 차례 정도 실행해 봤고, 조금 더 이어가 볼 예정입니다. 치병 초기로 돌아간다 해도 간 청소는 보수적으로 판단할 것 같습니다. 세 차례 가량 실험 데이터가 쌓이면, 추후 함께 나누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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